▲석탄화력 발전소. AP/연합뉴스 |
1974년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의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의 일부다. 소설은 1865년 남북전쟁에 피바람이 불던 미국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폭풍이 부는 한 밤중 기구를 타고 탈출을 시도한 포로 다섯 명은 길을 잃고 태평양을 표류한 끝에 남군 진영으로부터 1만1200㎞나 떨어진 작은 섬에 다다른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인도에서 표류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뱃사람 펜크로프트가 "북미 대륙의 석탄이 고갈되면 석탄 대신 무얼 때지?"라고 묻자 기술자 하딩은 "물이지 뭐. 물이 미래의 석탄"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친환경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흐름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강심에서 비롯됐다. 세계기상기후(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오는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이 ‘0’을 달성해야 한다. 탄소제로 목표는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체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때 이룰 수 있다.
에너지전환은 1980년대 독일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다양한 발전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1980년대 에너지전환은 ‘자연·사회적 여건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를 선택한다’는 좁은 뜻으로 통했다. 그러나 현재 화석연료 감축을 핵심으로 공급 시스템 뿐 아니라 소비와 전달체계를 혁신해 안정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이 시급한 분야는 전력과 수송, 건축, 산업 등이다. 전력부문은 기존 석탄화력에 의존하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수소차로 수송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또 제로에너지 건물을 짓고 산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각 업계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오세영 기자 |
전력계, ‘화석연료→친환경에너지’ 전환
전 세계가 에너지원을 기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에너지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화석 연료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전환의 방법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수요의 감소 등이 꼽힌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발전원별로 전 세계 에너지생산 변화율을 분석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석탄이나 원자력 등 전통적인 발전원은 지난 2015년 이후 그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수력이나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석탄은 지난 2017년 28%로 재생에너지 비중인 27%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오는 203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오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7%에서 32%까지 확대하는 ‘재생에너지지침(EU RED)’을 목표로 정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뉴저지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을 50%로,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 D.C.는 2045년까지 10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는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정책은 지난 2008년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청정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총발전량의 7%, 설비용량은 12%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누적 설비용량을 64GW까지 보급해 신규 설비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모습 |
수송부문, ‘내연기관→전기·수소차’로
수송부문은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계획과 내연기관차의 퇴출 및 전기차 확대 계획 등을 일컫는다. 수송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16%를 차지하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 특히 도로와 철도, 해운, 항공 및 교통수요 관리 가운데 도로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관건이다. 전체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7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수송부문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휘발유와 경유 등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원료로 주행한다. 운행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을 다량으로 배출한다.
최근 주목받는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전기에너지를 전기모터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기차는 1800년대에 개발됐지만 배터리 무게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점으로 실용화되지 못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배기가스 및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주요 국가들도 수송부문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환경기준을 세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으로 제한했다. 먼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만 판매한다고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까지만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정부 규제완화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10개 이상 주 정부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한을 연장하는 등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2050 탄소중립 비전에 동참하기 위해 전기차·수소차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고효율화과 하이브리드화를 이루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수준의 전기·수소차 공급과 함께 탄소중립 연료 적용을 병행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빌딩 개념도 |
‘제로에너지 건축·RE100’ 등 건축·산업계 변화
건설과 산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전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은 3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전체 에너지소비 가운데 기업활동에 해당하는 산업과 운송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이 66%에 달한다. 특히 인프라와 산업 발전이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부분인 만큼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건축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본격화 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건물 내 모든 에너지 사용을 제어하는 스마트 빌딩으로 건축하는 방법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해 에너지 소비량이 최종적으로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이다. 단열재나 이중창 등으로 건물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태양광이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전력 공급 등 에너지 소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미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모든 공공건물과 기존 건물의 50%를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바꿀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2016년부터 신규 주택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화했다. 유럽은 올해까지 모든 신축 건물을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짓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까지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한다. 오는 2025년에는 500㎡ 이상 공공 건축물 및 1000이상 민간 건축물이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다수 건설사들이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창문형 태양광 등 제로에너지 건축에 필요한 건자재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철강·화학·시멘트·화학 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산업용 원료로 사용하는 계획을 실행하고 탄소 최소가격제를 도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바이오연료·지열·태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되는 전력 사용과 구매 실적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 등 다른 제도와 관련된 실적은 인정되지 않는다.
세계 모든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5%까지 줄일 수 있다. 이케아와 구글, BMW 등 84개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세계 292개 기업이 가입해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이행하고 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