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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업계는 2021년에도 다사다난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은 취임부터 시작된 ‘탈(脫)원전’ 정책은 올해 정부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 탄소중립 기본법, 2030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NDC) 상향 등 에너지전환 법제화로 이어졌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정부의 의지와 계획은 올해도 강력하게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정률 30%, 예산 2조원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은 물론 안전강화에 이미 7000억원이 집행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건설지역 지원금·협력사 배상비용 등에 1조원이 들어간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원전 건설도 무기한 연기시켰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국내 원전을 25기에서 16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나서 인도와 체코, 폴란드, 사우디 등에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착수했다. 동시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K-텍소노미)에서는 원전을 제외하는 등 모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원전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적자 심화로 전기료 할인을 폐지하고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등 국민 갈등과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K-텍소노미서 원전 제외, 수출·해체·SMR 예산확보도 불확실
텍소노미가 확정되면 앞으로 원전 건설과 해외수출 등의 과정에서 금융지원에 차질이 예상된다. 원전 업계는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 택소노미서 제외하는 것은 대못을 박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했는데 이로 인해 원전 기자재·설계업체들은 지난해로 일감이 끊긴 상태"라며 "원전 수출에 성공해도 일감은 4~5년 뒤에야 떨어져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업계는 ‘원전을 급격히 줄이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붕괴되니 속도를 늦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 수정 불가’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원전 수출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탄소중립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큰 상황이다. EU는 당초 22일 텍소노미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서둘러 결정한 것도 비판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원전해체와 소형모듈원전(SMR)관련 사업예산도 줄어들 전망이다. 두 예타 사업은 향후 우리나라 원전산업 기술개발의 핵심 과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로 예정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 예타안 예산을 5666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사업 예타안의 8712억원보다 30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원전 업계는 이로 인해 정부 원전 해체산업 핵심인 ‘원전해체연구소’와 ‘중수로해체기술원’에 쓰일 핵심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원전해체 기술개발 사업 핵심장비를 위한 예산도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부와 과기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본 예타 심사를 받고 있다. 예타안은 5832억원이 책정됐다. SMR 4기를 배치하면 화력발전 1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용량과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책정된 예산규모대로 확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기 정부에서 텍소노미·탈원전 번복할 수도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51%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앞장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임기말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거대 여당이 국회를 틀어쥐고 있는 현실에서 일단 법제화를 해놓으면 차기 정부도 탈원전 기조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택소노미 실행은 차기 정부의 몫인데 EU가 만약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규정하는 경우 차기정부가 이를 번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선을 긋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22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은 감(減)원전 정책"이라면서 "이미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그냥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되 신규로 새로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여야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이런 정책을 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보기 바란다"며 "어설픈 조율과 타협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청와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앞두고 월성1호기 재판 결과 나올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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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전경.연합뉴스 |
한편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의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건의 판결이 대선 전에 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일 당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로 지지부진하다 복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지난해 12월 23일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초 ‘월성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 하느냐"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은 뒤 당시 채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 전 장관, 산업부 간부 공무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이어지며 전격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경제성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대전지법 재판부의 심리로 3차 공판준비 절차가 진행됐으며 다음 공판준비는 내년 1월 25일로 예정돼있다. 대선이 내년 3월 9일인 만큼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정국 내내 불거질 전망이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