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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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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ESS…탄소중립에 필수지만 사업성 따지면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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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산업개발이 충남 괴산 아성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한 통합형 ESS(KEPID-ESS-200)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가 시장 성장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ESS가 필수적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업성 등을 따졌을 때 시장 성장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ESS가 없을 경우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해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부분은 사실"이라면서도 ESS에 대한 전문가들의 낙관론은 언젠간 터질지 모르는 거품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태양과 바람에 전력생산이 좌우됨으로 ESS는 이러한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장치로 거론되고 있다. ESS를 활용할 경우 발전량이 많을 때 저장했다가 햇빛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저장된 전력을 내보내 사용할 수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ESS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확대되는 만큼 ESS 보급량도 증가해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태양광 발전설비가 2030년까지 매년 455 기가와트(GW)씩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ESS 시장에 대한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초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ESS 업체들이 결성한 벤처펀드는 55억 달러로, 2020년 수준인 12억 달러 대비 4.5배 가량 급증했다. 옥스포드대 에너지연구원(OIES)는 "ESS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점유율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액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이로 ESS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시장이 회복국면으로 전환된데 이어 ESS가 주력 친환경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2021년 ESS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56 기가와트시(GWh)로 오르고 2030년에는 이보다 17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ESS 시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회의론도 동시에 나온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ESS의 성장에 따른 비용 증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ESS는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량이 앞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곧 핵심 원재료인 리튬, 니켈 등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특히 배터리의 또 다른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도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원자재 확보가 더욱 절실하지만 광물 가격은 연초부터 폭등해 관련 기업들의 압박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

▲칠레 리튬광산(사진=로이터/연합)


실제로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작년에만 5배 넘게 뛴데 이어 올 들어 벌써 23% 가량 급등해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은 지난 주 10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구리도 작년 11월 이후 최고가에 근접했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평균 1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대리점도 작년 말 소형 거래처에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7% 가량 올렸다.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ESS 보급이 확대되려면 비용 절감이 전제로 따라야 하지만 배터리 등에서 가격이 인상되면 ESS에 대한 사업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배터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원자재 수요 증가만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 재생에너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채굴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럽이 윤리적으로 채굴된 광물들만 원한다는 뜻"이라며 "이럴 경우 공급처는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ESS 시장에 가장 큰 문제점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보급되어야 하는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점에 있다. 에너지 싱크탱크 코펜하겐 컨센서스 센터의 비외른 롬보르 회장의 최근 트윗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의 전력소비가 1분당 25GWh지만 설치된 ESS 규모는 13 GWh로 나타났다. 이는 31초 어치 전력을 공급하는 수준이다.

업계 전망대로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ESS 규모가 25배 확대될 경우 ESS를 통해 보급되는 전력은 고작 10분에 불과 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독일을 또 다른 예시로 들었다. 지난 2018년 기준 독일의 인구당 에너지 소비는 6.8 GWh로 집계됐다. 만약 독일의 발전그리드가 100% 재생에너지로 채워질 경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지난해 세계에 설치된 총 용량보다 더 많은 규모가 요구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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