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주식 양도세 폐지를 비롯해 서민금융 지원,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 들어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곤혹을 치른 만큼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고, 은행·증권 등 각 업권별로 신사업을 허용해 금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 '글쎄'...가상화폐는 활성화 추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금융시장 관련 공약은 서민금융 지원 확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가상화폐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개인투자자 1000만 시대를 맞이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자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윤 당선인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해 주식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세금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모든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전면 시행된다. 주식, 채권, 펀드 등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두면 과세 표준에 따라 최대 2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해외주식에 대해서는 대주주, 소액주주 관계없이 차익의 20%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전면 폐지되면 개인 투자자가 양도소득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물량이 줄어들고, 주식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 정부와 달리 새 정부가 가상화폐 활성화를 공약함에 따라 관련된 법 제정 및 제도 손질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연합 |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순조롭게 추진될 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화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이뤘지만, 가상화폐 제도 활성화가 순조롭게 추진될 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가 폐지되면 매년 11월 연례행사처럼 있어온 코스닥 주식 매도세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해외 투자에 나서는 서학개미의 발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조세 관련 사항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 정부와 달리 (윤 당선인이)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것만으로도 시장 활성화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그러나 가상자산은 실체 없는 투자수단, 투기나 도박, 금융자산이 아닌 정보기술(IT) 기반의 새로운 영역인 만큼 단순 투자자 보호 차원이 아닌 산업 육성 측면에서 제도를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전통적인 자본시장법을 가상화폐 시장에 적용하기보다는 글로벌 사례를 참고해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금융감독체계 개편,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업 신사업 허용 등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의원은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 이상 징계권을 모두 금융위로 환원하고, 금감원에 대한 의회의 모니터링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금융시장에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금융감독 및 산업육성 체계를 보다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여당, 야당 불문하고 금융감독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당국의 효율적인 관리, 감독 하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두 기관의 역할과 책임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독체계 개편은 또 다른 사모펀드 사태를 막고, 소비자 보호는 물론 당국 제재에 대한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며 "(금융위 등) 정부부처의 자리를 보전한다는 이유로 언제까지고 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미룰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금융, 증권 등 업권별 신사업 발굴 목소리도
투자자 보호를 넘어 산업 활성화도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2016년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목표로 자기자본 4조원,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영업 등 신규 사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증시 호황 등으로 실적이 증가하면서 증권가 전반적으로 몸집이 커졌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외부적인 이슈를 이유로 금융사들에 신사업을 허용하는데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사업 허용은 자본시장 육성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금융권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8조원이라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도, IMA 등 신규 사업에 대한 시행세칙이 정해지지 않아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실시되지 않았던 IMA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관련 법령을 정비할 경우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이나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