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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포퓰리즘] 부도위기 내모는 ‘묻지마 행정’…민간 발전사만 멍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19 11:51

"한전 적자 등 관련 文정부 정책실패 책임, 대기업·석탄발전 등에 전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정면돌파하기보단 만만한 민간기업 쥐어짜기"



"尹정부 ‘원가주의·자유시장경제 원칙’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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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이 탈석탄의 덫에 갇혔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진영의 이념과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밀려 글로벌 탈석탄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책적 유연성 부족으로 결국 최근 글로벌 에너지대란에 대한 대응력 부재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을 강변하며 억눌러왔던 전기요금 인상 폭탄이 윤석열 정부 임기 초기부터 폭발 임계치에 도달, 비상 벨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도 석탄발전에 대해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분위기다. 석탄발전상한제 도입을 통한 발전사 영업제한, 현실성 없는 석탄발전 보상 등 정부의 석탄발전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업계의 불만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터져나온다. 정부가 전반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뚜렷한 대안 없이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공기업의 수익 악화 속에 민간 석탄발전사 쥐어짜기에 들어갔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전기요금 인상 등 정면 돌파 없이 탈석탄 명분의 인기영합(포퓰리즘)에만 휘둘린다는 뜻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전원이라는데 공감한다. 다만 탈석탄의 기후변화 대응 등 빛만 보고 비용상승 등 그림자는 보지 않는 근시안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상중하 세 차례의 기획 시리즈 게재를 통해 탈석탄 포퓰리즘이 낳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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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전(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국제적 에너지가격 급등과 정치권의 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겹친 결과임에도 대기업, 석탄발전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1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최근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발전사업자에 전가하고 있다며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 도입과 신규석탄발전 표준투자비 축소 등의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정부가 한전의 적자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다소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탈석탄에 편승, 만만하고 엉뚱한 대기업 쥐어짜기로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꼼수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업계와 관련 전문들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 조성’ 정책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까지 행정 예고하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는 전력거래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발전업계는 산업부가 행정 예고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나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산업부를 방문해 관련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부가 SMP 상한제 외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막겠다며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제약비발전정산금(COFF) 미보상 실시,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용량요금 축소, 민간석탄발전 표준투자비 축소가 대표적이다.

COFF 미보상은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을 생산해 송전하는 과정에서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발전사업자가 모두 책임지라는 취지다. 그동안 산업부는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시 한전의 송전망 건설을 전제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만들고 인·허가를 진행했으나 현재 송전망 적기 준공이 지연되면서 많은 발전소들이 송전 제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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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역별 송전제약 현황.


한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투자비는 크게 건설비와 운영비로 나뉜다.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해 판매할 때는 전력생산분에 해당하는 건설비와 운영비를 SMP로 정산받는다"며 "그동안 송전제약으로 전력생산을 못할 경우는 건설비만을 보전받았으나, 앞으로 COFF 미보상이 시행되면 투자비 중 일부는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OFF는 송전제약 등의 이유로 발전을 못하게 되는 경우 ‘예정대로 발전했다면 얻었을 기대수익’을 보상하는 제도다.

특히 민간석탄발전 표준투자비 축소는 발전사업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하자 산업부는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조기에 전력 예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이 독점하던 석탄발전시장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했다. 당시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주민 민원, 보상 문제 등으로 적기 착공 및 준공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자 산업부는 경제성보다 부지 확보, 주민 수용성, 민간투자 중심으로 사업자 선정기준을 변경했다. 참여를 신청한 21개 사업자 중 4개사만 최종 허가를 받았고 2개사는 지난해 준공해 발전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2개사는 완공을 앞두고 있다.

□ 신규 민간 석탄 발전사 추진 현황

발전소명발전규모(MW)위치사업비(원)준공 예정사업참여자
삼척화력 1,2호기2100(1050*2)강원도 삼척시 적노동총 4조9000억2024년 4월포스코에너지(
삼척블루파워),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고성하이화력 1,2호기2080(1040*2)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총 5조1960억2021년  10월고성그린파워,   SK건설, SK가스, 남동발전
강릉안인화력 1,2호기2080(1040*2)강원도 강릉시 안인리총 5조6000억2023년  3월강릉에코파워,  삼성물산
신서천화력1000충남 서천군 서면총 1조6000억2021년  6월한국중부발전


민간석탄발전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으로 상한제약은 물론 건설 중단, 조기폐쇄 논란에 휩싸이며 한차례 사업비 조달에 애로를 겪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며 석탄발전의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해당 이슈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다만 표준투자비 축소 문제가 여전히 민간발전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탈석탄 이슈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주 52시간제 도입, 원자재가격 급등, 저금리 기조 마감과 급격한 금리 인상,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설 과정에서 많은 차질을 빚어왔다.

민간발전사업자들은 이같은 부분에 대한 사업비 인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산업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사업자는 "그동안 당초보다 늘어난 비용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켰고, 그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전력공급을 위해 정해진 기간 내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발전소 허가 시 경제성보다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 등을 중시한 제도 변경을 부정하고, 민간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10년 전 공기업 발전소의 건설 투자비를 기준으로 삼아 한전의 전력구매요금을 줄이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준투자비 축소가 단행될 경우, 민간발전사는 PF원리금 상환 불가능, 추가 대출 불능으로 준공을 못하는 것은 물론 부도 처리까지 예상된다. 이러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대규모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표준투자비 축소로 채무불이행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사는 물로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부실자산 증가와 7GW의 친환경 고효율 신규석탄발전설비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 불안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PF는 국민연금, 국책은행 등의 대출이라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민간석탄발전은 표현과 달리 순수 민간사업은 아니다. 민간 29%, 공공 29%, 금융기관 42%가 참여한 합동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4개사 총 투자비 약 18조원 중 PF자금이 1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력업계 교수는 "최근 산업부가 강행하고 있는 정책들은 한전 적자의 근본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새정부가 강조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 조성’과도 정면 배치된다"며 "잘못된 제도로 민간이 초과이익을 얻고 한전이 적자를 보는 것이라면 당연히 손을 봐야 하지만 지금 한전 적자는 국제적 에너지가격 급등과 정치권의 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겹친 결과다. 그런데도 신규석탄발전 사업자들에게 대기업, 석탄발전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부도 최근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계획에서 신규석탄발전 설비는 노후석탄발전소보다 환경성을 대폭 개선하고 전력수급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며 "새정부가 균형 있고 자유시장경제의 룰이 지켜지는 정책을 설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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