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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투자전문회사 SK머티리얼즈가 지난 3월 차세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8리버스(8Rivers)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캠호시 8리버스 최고경영자(CEO)와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이 협약식 이후 악수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중후장대업계가 저탄소·친환경 경제구조 전환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 중 하나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 주목하고 있다.
CCUS는 CCS와 CCU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CCS는 포집한 온실가스를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CCU는 온실가스를 포집, 활용까지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CCUS는 산업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 활용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재활용해 고부가가치로 전환시키는 탄소중립 수단인 셈이다.
기업들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산업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포집해 활용함으로써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7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분의 15%는 CCUS 기술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 국내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중후장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CCUS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봐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및 CCUS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포스코의 경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가스를 고순도 이산화탄소로 포집한 후 열원으로 전환·사용하는 CCU기술을 실증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비롯한 활용 기술을 제철 공정에 적용하고 그린철강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전체 산업 탄소 배출량의 14.7%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정유와 화학업계도 CCUS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현재 SK에너지는 SK울산CLX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체 탄산용 원료로 공급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CCS 관련 국내외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수소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CCS 실증모델개발 정부과제에 참여 중이다. 향후 국책과제로 추진될 CCS 실증사업권 확보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여수 공장에 설치해 연간 6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2024년까지 여수 국가 산업단지에 연간 7만t 규모의 CCUS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탄산으로 가공해 탄산 시장에 공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체탄산과 탄산칼슘,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과 함께, CCUS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충전소 및 연료전지 발전용 수소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관한 환경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선·해운업계도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HMM은 글로벌 선사 중 두 번째로 2050년 탄소중립 중장기 목표를 선언하고, 친환경 설비 기업인 파나시아와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장비(OCCS)를 개발해왔으며, 지난 10월 성능까지 마쳤다. OCCS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을 통해 흡수, 광물화 형태로 바꿔주는 설비다.
건축물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건설사도 이에 가담했다. 현대건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CCU분야 국책과제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 하루 1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도 CCU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탄소 포집 설계·조달·시공(EPC)분야에서 2024년까지 누적 수주 1조원 달성 및 향후 연간 1조원 수주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에 발 맞춰 넷제로 기술 개발사업 지원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탄소 방출을 막고 이를 재활용·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발표하며 오는 11월까지 ‘CCUS 분야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을 마련, 향후 사업기획-투자-평가의 가이드라인(지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