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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세력의 진화] '주가조작1인자' 배출한 회계법인…알고보니 '작전사관학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06:30

지난 6일 주가조작 기소 10명 중 4명이 '동문'



불공정거래 감시해야할 심리실장이 뒷돈 받아



G회계법인, 분식회계로 증선위 징계 이력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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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소된 현 G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공식 프로필.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에디슨모터스와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주가조작으로 꼬리가 잡힌 세력에 특정 회계법인 출신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검찰은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세력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총 10명의 피고인을 새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심리실장’ 등 G회계법인 전·현진 회계사 4명 기소


이번에 기소된 세력은 소위 ‘국내 주가조작1인자’로 불리는 공인회계사 출신 기업사냥꾼 ‘이 씨’가 이끄는 10명이다. 이들 중 4명이 지난 2007년 설립된 G회계법인의 전·현직 회계사로 밝혀졌다.

먼저 리더 격인 ‘이 씨’가 G회계법인의 원년멤버다. G회계법인은 2007년 9월 이 씨 등 10인이 1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했다. 이 씨는 이후 2012년까지 G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를 나온 뒤 ‘이 씨’는 2013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 마제스타의 대표로 주식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G회계법인 소속이었던 회계사 1인도 ‘이 씨’와 함께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주가 조작에 관여해 이번에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카나리아바이오그룹 내 디아크(당시 OQP)라는 코스닥 상장사를 이용해 바이오 사업 진행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캐나다 업체로부터 양수한 바이오자산(난소암 치료제) 가치가 365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허위 공시해 약 9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세력에는 현직 G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2명 포함됐다. 이들은 이 씨로부터 5500만원을 받고 디아크가 양수한 바이오자산에 대해 허위의 가치평가보고서를 발행해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한 혐의다.

현직 G회계법인 소속 박 모 회계사는 허위 가치평가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구속기소됐으며, 불구속기소된 정 모 회계사는 G회계법인의 심리실장으로서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품질 등을 직접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있으면서도 ‘이 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박 씨의 허위보고서를 묵인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취재 결과 정 씨는 ‘이 씨’와 함께 G회계법인의 창립멤버다. G회계법인의 대표이사보다 근무기간이 더 길다.


◇G회계법인, 2009년 상장사 분식회계로 징계 이력


과거 G회계법인의 출범을 두고 한 언론은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신생법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G회계법인은 설립 초기부터 담당하던 상장사에 대해 분식회계를 저질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적발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제7차 증선위 회의에서 G회계법인은 당시 코스닥 상장사 ‘대국’의 2009년 결산과 2010년 1∼3분기 결산을 감사하며 대손충당금을 200억원 이상 줄여(과소계상) 회계처리했다.

이에 G회계법인은 6000만원의 과징금과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적립, 대국에 대한 감사 업무제한 2년 등의 조치를 받았다.

대국은 이후 새로운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다시 받았지만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결국 상장폐지됐다.

당시 담당 회계사는 감사업무제한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 시기는 ‘이 씨’가 G회계법인에서 나온 시기와 일치하지만, 징계를 받은 회계사가 ‘이 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투명성보고서는 ‘깨끗’…업계에선 "작전사관학교"


한편 G회계법인은 2022사업연도에 대한 회계법인 투명성보고서를 최근 공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G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윤리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를 정책과 절차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심리실이 점검해 윤리기준 위배여부를 모니터링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조사 결과 G회계법인이 스스로 내린 평가는 빛이 바랬다. G회계법인의 전·현직 회계사들이 이번 사건을 공모한 것은 적어도 바이오 자산을 부풀려 평가한 지난 2020년부터다.

G회계법인의 투명성보고서 작성일은 지난 6월 30일이다. 이때는 이미 G회계법인 소속 박 모 회계사가 구속된 상태였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지난 2022년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의 내용이 기준이지만, 소속 회계사가 구속된 초유의 사태에도 관련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인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는 ‘보고기간 종료일 이후 사건’을 따로 알린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G회계법인은 ‘이 씨’가 필요할 때마다 활용한 작전세력의 ‘사관학교’나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이 씨’가 손을 대 상폐되거나 상폐위기에 몰렸던 많은 회사가 G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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