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일인자’로 알려진 이 모 씨가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기위해 지난 6월 19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와 디아크(휴림에이텍으로 변경 예정)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10명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나섰다.
작전을 주도한 회계사 출신 이 모 씨는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에디슨EV의 재무적 투자자이자 디아크의 실제 사주 겸 고문, 그리고 회계사라고 적시했다.
◇ 에디슨EV·디아크 주가조작 혐의 10인 첫 재판 열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11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0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중 1번 피고인으로 지목된 공인회계사 출신 기업사냥꾼 이 씨는 그동안 ‘M&A(인수·합병) 전문가’로 행세하며 다수의 상장사를 연달아 인수해 이름을 알린 일명 ‘작전꾼’이다. 검찰은 이 씨를 구속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국내 주가조작 일인자’라로 고 명시했다. 이 씨는 오랜기간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시장참가자와 사법당국마저도 주목하고 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 등 일당은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을 가장해 주가를 조작했다. 또 디아크에 대해서는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허위 공시 등으로 주가를 조작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1703억원에 달한다. 피해를 입은 소액투자자 수는 13만명이 넘어선다.
◇ "증거 못봤다"며 재판 일정 여유 달라는 변호인
재판은 첫 단추를 어렵게 끼웠다. 피고 측 변호인단이 한목소리로 "증거를 열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것은 지난 7월 초지만 증거의 양이 워낙 방대해 아직 변호인이 복사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8월 초부터 증거열람이 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에 제출된 증거의 ‘목록’은 분량이 A4용지 크기로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증거 열람과 검토를 위해 다음 기일을 여유있게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 측은 피고 측이 대부분의 증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예상되기에 검토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법원은 양측의 의견을 감안해 다음달 22일에 2차 공판을 열고 그 전까지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 재판 올해 넘기면 구속 중인 피고인들 석방해야
이처럼 증거의 양이 방대하고 변호인단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다. 지난 7월 초 구속된 피고들은 9월 초에 이 기간이 도래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두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도 최장 2개월씩이다.
이에 이번 1심의 구속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된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판결 이전이라도 내년 초에는 피고인들의 구속이 풀린다는 이야기다.
이번 재판에서는 주범 격인 이 씨와 디아크의 사주로 알려진 신 모 씨 ,이 씨가 주가조작에 활용한 각종 민법상 조합에 관여한 또 다른 이 모 씨, 그리고 이들이 난소암 치료제의 자산가치를 허위로 평가하는데 관여한 현직 회계사 박 모 씨 등 4명이 구속 중이다.
수사당국과 관계자들은 특히 주범격인 이 씨가 재판에서 풀려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과거 다른 회사의 주가 조작과 관련해 징역형을 살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시장에서 활동하며 부당이득을 챙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 자칭 ‘백수’ 이 씨, 초호화 변호인단 꾸려
한편 자신을 백수‘라고 주장하는 이 씨는 국내 6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광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으로 꾸렸다. 광장은 이 재판에 변호사만 15명을 투입했다.
판사도 구속기간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공판기일 등에 대한 일정은 모든 사정을 참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재권 판사는 이를 고려해 9월 22일 2차 공판에 이어 10월 6일과 27일 등 4차 공판일정까지 모두 한번에 확정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자칭 ’백수‘라는 이 씨가 직업이 없다고 하는데 화를 참기 힘들었다"며 "어느 백수가 대형 로펌을 통해 변호인단을 꾸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씨가 사용하고 있는 변호사비 또한 결국 부당이득으로 환수해야 할 돈을 탕진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재판 진행을 통해 진실을 감출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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