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CJ CGV의 유상증자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주주 CJ가 현금 대신 자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하려하자 이를 막은 것이다. 이미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CJ CGV의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일반 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 이슈는 법인의 가치평가 방식에 법원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장법인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할 때 대상 회사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이때 회사 측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법원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장부가 808억원…유증한다며 4444억원으로 평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CJ CGV는 일반공모방식의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를 상장했다. CJ CGV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기존 주주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결과다. 기존 주주 청약률은 89.4%를 기록했고, 일반투자자 대상 실권주 청약률은 891.42%를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 7470만주는 모두 팔렸다.
이번 유증에서 최대주주 CJ는 1000억원 규모로만 참여해 지분을 줄였다. 기존 지분율은 48.50%였지만 유증 이후 지분율은 33.60%로 내려갔다.
대주주의 참여가 적다보니 일반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CJ CGV는 CJ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단 CJ는 현금 대신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을 전부 넘겨주고 신주를 받는 ‘현물출자’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CJ 측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비상장사다보니 시장에서 책정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CJ는 EY한영회계법인을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절대가치 평가방법인 미래현금흐름할인법(DCF)와 상대가치 평가방법(Trading Multiple)를 종합해서 4425억원으로 평가했다. CJ CGV는 하온회계법인을 통해 DCF방식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를 4462억원으로 산정했다. CJ CGV는 하온회계법인의 기업가치 산정액과 EY한영회계법인의 출자가액의 평균가액인 4444억원을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가치로 최종 책정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CJ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장부상 가격은 808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장부가와 평가가격이 4배 이상 차이가 나씩 때문이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법원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평가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현물출자 막아선 법원…"장밋빛 전망 근거없어"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CJ CGV가 신청한 신주발행조사 비송사건에서 감정인의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감정보고서가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불인가 처분을 통지했다.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최근 5년간 순익은 지속적으로 줄었음에도 회계법인이 DCF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2023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영구성장률 1.0%, 가중평균자본비용 11.11%, 현가계수 0.6561 등을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산정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는 최소 3807억원에서 최대 5353억원으로 계산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같은 기업가치 산정결과가 상대평가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5개 상장사(삼성SDS,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포스코DX, 신세계I&C) 등과 비교했을 때에는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의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CJ CGV의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CJ그룹 입장에서 일반공모 유증이 이미 진행된 만큼 현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CJ CGV 측은 이번에 인가를 받지 못한 3자배정 유증에 대해서는 불인가 사유를 보완하여 최단 기간 내에 항고 또는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에디슨모터스 등 DCF 평가 논란 이어져
법원이 기업의 가치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가치평가가 논란이 되면서 법원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인가 단계에서부터 기준이 엄격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DCF 방식의 기업가치 평가는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기업가치 평가는 결국 삼성그룹의 승계이슈 중 중요한 논란거리가 됐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현재도 관련 문제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DCF 방식의 기업가치 평가가 논란이 된 경우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시도 과정에서 있었다. 주가조작으로 얼룩진 해당 사건에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며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에디슨EV)를 인수한 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돈을 마련한다. 이때 세력들은 에디슨모터스의 기업가치를 DCF방식으로 크게 부풀려 돈을 마련했다. 현재 에디슨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세력은 대부분 구속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 CGV의 최근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이지만 회사는 유동성을 확보했다"라며 "CJ의 출자를 믿고 유증에 참여한 일반 주주들만 피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