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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과 해외IR도 했지만...저격 당한 은행, 주주친화 노력 '무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5 10:39

尹대통령 '은행 종노릇' 발언에 KRX은행 지수↓



이복현 원장 금융CEO와 해외IR 열었지만

주가 불확실성 커지며 투자 심리 위축



"은행산업 외풍에 취약...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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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 노력이 무색해지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는 함께 해외 IR(투자설명회)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서기도 했으나 은행의 높은 이자이익이 눈밖에 나는 상황이 이어지며 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관치금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KRX 은행 지수는 전일 대비 2.47% 하락한 593.61로 내려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소연하는 소상공인의 발언을 통해 은행을 비판한 날이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윤 대통령이 은행의 독과점 체계를 비판하며 은행에 대한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KRX 은행 지수가 50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지주와 IBK기업·제주은행, 카카오뱅크 등 1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이후 3일까지 이 지수는 614.02까지 회복됐으나 은행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나며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가의 예측성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까지 나서 해외 IR을 진행했지만 이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해외 IR을 진행하는 이색 행보를 보이며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이 원장의 동남아 방문 일정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동행했고, 싱가포르에서 해외 IR 행사를 열고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났다.

지난 9월에도 이 원장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영국에서 IR 행사를 진행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와 해외 IR에 나섰다는 점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으나, 이 원장이 직접 ‘배당과 주주친화정책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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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4대 금융 모두 분기 배당을 실시하며 배당 매력을 높인 데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기준으로 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제시했는데 CET1 상한을 KB금융은 13%, 신한금융은 12%, 하나금융은 13∼13.5%, 우리금융은 12% 수준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금은 주주환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고 주가가 충격을 받으면서 주주환원 노력의 성과는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특별대손준비금 요구권 도입이 추진되며 은행들의 배당 확대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손준비금을 확대하면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지만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쌓아놓은 배당가능이익이 있기 때문에 특별대손준비금이 도입돼도 당장 배당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배당을 늘리기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수익성이 낮아지는 시기에 은행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투자 분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평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0.57%로 전년 동기보다 약 1.4%포인트(p)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 자체만을 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은행산업이 외부 입김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기에 어려운 환경"이라며 "관치금융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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