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이사회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과 경제개혁연구소는 22일 '에너지 공기업 지배구조 최근 10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두 에너지 공기업의 지난 10년(2013~2023년) 동안 임원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전과 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의 70%가 당시 대통령 대선캠프 참여, 여당 후보로 총선‧지방선거 출마 시도 등의 경력이 있는 친정권 정치경력 인사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위원(2018년 재직)과 최영호 상임감사위원(2020~2022년 재직)은 2020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경력이 있으며, 강진구 현 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이다.
보고서는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한국전력공사법과 한국가스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이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돼 공공성과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이들 에너지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부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경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상임감사위원, 비상임이사의 상당 비율이 친정권 정치 경력 또는 친정부 성향 인사로 구성돼 왔으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비상임이사는 2013년 이후 선임된 78명 가운데 친정부 성향이나 경력을 가진 경우가 16명으로 20.51%를 차지했다. 전직 국회의원이나 정당 당직자, 총선 또는 지방선거 참여 경력이 있는 인사, 대통령실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무직 공무원 출신 등이다. 범위를 관련 부처 출신 관료로 넓히면 33%가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례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두 에너지 공기업의 이사회의 독립성과 더불어 경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에너지 사업과 회사 경영의 전문가가 임원으로 선임돼야 함에도 한전과 가스공사 관련 업무 경력이 전무한 인사를 사장, 상임감사위원, 비상임이사 등으로 선임한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
보고서는 이런 현실 속에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 동안 이사회 안건 가운데 부결된 경우는 두 공기업을 통틀어 한 건도 없었으며 의결보류만 3건(한전 2건, 가스공사 1건) 있었을 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에너지 공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한 근본 원인으로 정부 영향력이 강하고 소수주주 등 기타 이해관계자와 소통에 제약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견 제시가 거의 불가능한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 연구 책임자인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팀장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임원을 선임하고 이사회 논의의 자율성을 보다 확대해 이사회 책임성을 강화하고 특히 비상임이사와 감사위원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두 에너지 공기업은 수년째 지속된 에너지 위기로 적자 회복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목표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치와 경력을 지닌 전문가를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