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족들과 면담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사측 관계자로부터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일정을 바꿔 항의 방문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 의장은 26일 오후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추모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2명의 유족들과 잇따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사고 발생 후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측 관계자로부터 사과는커녕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우 의장은 일정을 변경해 전곡해양산업단지 내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정명근 화성시장도 우 의장 뜻에 따라 현장 방문에 함께 했다.
정 시장은 “사업주가 대국민 사과는 하면서 정작 이미 신원이 확인된 유족분들은 찾아뵙지도 않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오후 6시께 현장에 도착한 우 원장과 정 시장은 곧바로 사무실이 있는 공장 1동으로 향했다. 우 의장 등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아닌 다른 관계자와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 면담은 10여 분 정도로 짧게 진행됐다.
면담을 마치로 나온 우 의장은 “참사를 겪으며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과 심리적 피해가 얼마나 클 텐데 (회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와서 사과하는 거고, 앞으로 수습 잘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 방문으로 아리셀 측은 곧바로 사측 간부를 통해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사측에서 말하길 회사 및 대표가 압수수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과 무관한 간부 한명을 오늘 중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을 만나 사과도 하고 당장 대표가 가지 못하는 사유도 설명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사무실에 방문한 것이 적절하냐는 물음에는 “유가족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고 절규하는데 그 뜻을 전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우 의장은 “압수수색 절차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수색받지 않고 있는 간부에게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 차원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튬을 다루는 회사가 경기도에만 86곳이라고 하는데 인화성이 높고 발화성이 아주 높은 이런 현장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은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하고, 그걸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을 잘 찾아서 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번 화재 사망자 중 첫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김모(51) 씨 유족 측 관계자는 우 의장과 면담 뒤 사업주 행태를 낱낱이 비판했다.
김씨 유족 측 지인인 김태윤 충북인뉴스 대표는 “무엇보다 사업주가 먼저 나타나서 풀어야 할 상황인데도 변호사부터 선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너무 화가 난다"며 “사업주를 만나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들어야 장례 절차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순관 대표는 전날 오후 2시 화재 현장 앞에서 회견을 통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으로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그는 “회사는 큰 책임감을 갖고 고인과 유족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진심을 다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