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성우창

suc@ekn.kr

성우창기자 기사모음




CJ CGV, 재무 개선 성공했지만 주주 민심은 잃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7 14:24

한신평, 등급 전망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알짜 자회사’ 품어 실적개선 발판, 관객 수 회복세

지분 늘린 CJ는 웃고… 정작 주가 희석은 고민거리

CJ CGV CI

▲CJ CGV CI

CJ CGV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됐다. CJ의 자회사 현물출자가 법원 인가를 받으면서 CJ CGV의 매출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 총 9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CJ CGV의 주식 가치가 희석돼, 주주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6일 CJ CGV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각각 상향했다.


이는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오랜 기간 국내 관람객 저하에 따른 수익 악화에 시달려왔다. 엔데믹 이후에도 관람료 인상에 반발한 관람객이 극장가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CJ CGV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조달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2023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122.7%, 차입금 의존도가 70.3%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동 시기 영업이익이 491억원인데, 이자비용으로만 1465억원이 나갔다. 2021년 7513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2023년 1992억원까지 줄어 바닥을 보였다.




이에 CJ CGV는 재무안정성 제고를 주주배정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총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차입금 상환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4513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그 결과 올 1분기 기준 CJ CGV의 부채비율은 800%대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였다. 이는 CJ를 대상으로 4500억원의 자금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는 채무상환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아닌,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목적이 설정됐다. 사실상 CJ로부터 계열사 지분을 현물출자 받는 셈이다. CJ는 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총 4444억원으로 계산해 유상증자를 공시했는데, 법원 측이 이를 과대평가 됐다고 보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달 초 CJ의 현물출자가 법원 인가를 받아, CJ CGV는 연간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거두는 알짜 자회사가 이달부터 연결 매출에 포함하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도 이 점에 주목해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유증으로 발행된 신주는 이날 상장됐다.


이후 순조롭게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진다면 CJ CGV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들어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관객 영화가 연이어 등장하며 관람객 수요 회복세가 보이는 것도 수익성 전망을 밝힌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계열사의 재무적 지원 하에 CJ CGV의 유동성 대응력은 양호하게 유지 중"이라며 “현물출자 완료로 재무구조가 이전 대비 개선됐으며, 재무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주주들의 민심이다. 주주배정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연이어 거치며 약 9000억원어치 주식이 늘어나 주주가치가 대거 희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 인가가 있은 후 CJ CGV의 재무개선 가능성이 떠올랐음에도 주가는 5000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특히 4513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CJ는 2700억원의 신주인수권에도 불구하고 단 600억원만 행사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보통 이 경우 남은 금액에 대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우려가 커 지분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재로 해석된다. 정작 모든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후 CJ의 지분은 50.90%로 늘어나 CJ만 이득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CJ CGV 측은 당장의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꾸준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CJ CGV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사업을 잘해 계속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