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이 끝난 지 한참인데 아직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비가 내리던 지난달 22일 오후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서울 용산의 한 교회 앞에서 열린 “제9차 4·10총선 수사촉구 범국민대회"의 앞줄에 섰다.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4·10 총선 수사하라," “선관위서버 압수하라." “중앙선관위 해체하라," “4·10 총선 원천무효" 등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쳤다. 용산 지역을 행진하면서 “목표를 이룰 때까지" 그만둘 기색이 없었다는 소식이다.
제22대 총선이 끝난 뒤 5월 17일 현재 확인된 선거무효나 당선무효 소송은 모두 33건이다. 공직선거법 제222조에 따르면 총선 관련 소송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당해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대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25건은 다름 아닌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사이의 득표율 차이와 관련되어 있다. 무효표 과다 발생, 개표참관인의 참관 흠결, 헌법에 반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특정세력의 사전투표 몰표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 원고의 종교적 기능에 의한 투표지 공개, 선거과정 전반에 걸친 부정행위가 각 1건씩이고 투표지분류기 사용이 2건을 차지했다.
이들 소송은 나중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겠지만 예의 투표함이 바뀌었다거나 개표가 잘못되었다는 소송도 아니고 조직적인 부정이나 전산망 해킹 등의 주장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개표 결과가 매우 신뢰할만하다고 웅변해주는 듯하다. 실제로 총선에서는 1만 2천 명의 개표사무원을 더 동원해서 기계인 투표지분류기가 집계한 결과를 수검표했지만 오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사이에 득표율 차이가 발생하고 무효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위법이라고 판결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정당에서 추천한 개표참관인의 감시 아래서 수많은 개표사무원이 서로 교차적으로 검증하고 서명한 개표 결과도 뒤집기 어려울 것이다. 원고의 종교적 기능에 의한 투표지 공개라는 소송은 원고가 종교적인 능력(투시나 염력?)을 통해 투표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공개투표라 위헌인데 이를 무효로 처리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다.
4년 전 총선이 끝난 뒤 선거 관련 소송은 126건이었다. 4년 만에 총선 관련 소송 건수는 네 토막이 난 셈이다. 2020년 총선 관련 소송 가운데 대다수는 사전투표지 위조 및 개표 조작 등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인 게 없다. 결과적으로 4년 사이에 부정선거로 인정받은 것이 없자 이제는 소송 건수도 줄어들고 의혹의 대상도 조금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에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사전투표에서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일일이 도장을 찍도록 한 규정과 관련되어 있다. 도장 날인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8조 3항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관리규칙 제84조 3항에는 “사전투표관리관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투표관리관의 도장 날인 대신 인쇄 직인도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인쇄 날인을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전투표 부정 소송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사전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장소는 선거일투표에 비하여 찾기 어렵다. 평일인 금요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수업이나 업무가 진행되는 공간은 일단 제외된다. 그 결과 대체로 1층의 넓은 교실에 설치되는 선거일투표소에 비하여 좁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2, 3층의 행정복지센터 사무실이나 지하의 공간에 설치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일일이 현장에서 도장 날인을 한다면 계단마다 대기 줄이 길어지고 시간이 더 걸리며 그만큼 유권자에게 불편이 더 커지게 된다. 무조건 도장 날인만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24년 총선이 끝난 뒤 선거무효나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민주당 소속이 2건, 내일로 미래로당 소속이 1건, 무소속이 1건, 나머지는 대부분 자유통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단 한 건도 없다. 깔끔한 패배 인정이 대조를 이룬다. 33건의 소송에 대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