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7일(일)



[이슈&인사이트] 땡큐! 홍준표 시장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4 11:01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국민의힘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등 4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경쟁이 아니라 사생결단의 결투의 장으로 변해 오히려 국민의힘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를 가져와 일시적으로라도 국민의 관심과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엔 아예 정반대다. 도대체 국민의힘 DNA에 무엇이 있길래 이토록 국민을 실망시키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지 보수적 유권자들은 한숨만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는 제22대 총선의 대패를 딛고 당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지도부 선택이 목적이다. 후보들은 어떻게 당을 혁신해 잃어버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국민과 당원이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하고 실현가능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불과 20여 일 앞둔 현시점에도 후보들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면서 비난만 할 뿐, 어떻게 당을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전략과 비전이 없다. 그저 다른 후보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그 반사적 이익만 보려는 얄팍한 욕심만 보일 뿐이다.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유치한 행태는 그들이 정치적 지능지수를 의심케 한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후보로 나섰다고 해서 그 후보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조차 모른다. 처음에 홍준표 시장이 만나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저 사람은 본래 좀 독특한 사람이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이철우 경북지사가 그 뒤를 따르고, 이어서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까지 대구경북, 대전충청의 단체장들이 한동훈의 총선패배 책임론을 내세우며 자숙해야 할 사람이 대표 경선에 나섰다면서 만남을 거부했다. 이것이 만일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 그의 정치적 판단력은 결코 믿어서는 안된다.


한동훈의 경선 출마에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또 그의 행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도 당의 중진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다른 후보들은 모두 반갑게 맞으면서 특정 후보만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유치한 행위는 스스로 바른 정치를 할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의 당원들이 그들의 의사에 동조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한동훈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그 지역 당원들의 한동훈 지지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즉 홍준표 시장을 비롯한 4명의 광역단체장들이 한동훈과의 만남을 거부한 행위는 사실상 한동훈을 위한 선거운동을 해준 꼴이 될 것이란 말이다.


보수정당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허다했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운 후 일약 대권 후보로 발돋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추미애, 박범계, 이성윤 등 문재인 정부에서 그를 핍박한 사람들 덕분에 하루아침에 생각지도 못했던 국민의힘 대권후보가 되어 지금 대통령이 됐다. 한동훈은 어떤가. 법무장관에 발탁됐을때만 해도 그가 정치인으로 성장하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긴가민가 했었다. 그가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패했지만 한동훈은 그 과정에서 차기 대권후보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 대표 경선에서의 유치찬란한 행위가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국가를 경영할 지도자는 우선 그 자신이 그만한 능력과 자질, 성품과 태도를 갖춘 그릇이 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잠재적 지도자로 성장할 계기다. 그 계기는 노력한다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능력 있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다고 외쳐도 국민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미래를 통찰해 바른 방향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핍박을 받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릇의 크기가 그를 국가경영자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한동훈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땡큐! 홍준표, 이장우 시장님, 땡큐! 이철우, 김태흠 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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