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5일(토)



[EE칼럼] 자원개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7 11:59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유국 희망 프로젝트는 야당과 일부 언론들의 연일 전방위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는 본연의 업무 외 정치권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제대로 한다면 데이터를 검토해 최적의 시추 위치를 정하고 투자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


통상 석유.가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저 지형에 모래(저류층)와 석유 위를 덮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진흙(덮개암)이 있어야 한다. 또 바닥 지형을 받쳐주는 기반암과 돔 형태로 석유 유출을 막는 트랩의 존재도 석유 매장을 암시하는 요소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영일만 일대의 유전개발 프로젝트 분석을 의뢰해서 유명해진 엑트지오는 기존 시추한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개 요인(저류층, 덮개암, 기반암, 트랩)이 있음을 확인했고 입증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트지오가 지명도 낮은 소규모 업체라는 점, 동해를 16년간 탐사했던 호주 석유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작년 1월 장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좀 처럼 가라안지 않고 있다. 결국엔 정치권까지 나서게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현안이 정치화하는 상황이다. 전문영역이라 할 수 있는 자원개발이 또다시 정쟁화하고 있다. 자원개발은 어느 지역이나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있다.


세계 최고 유전 중 하나인 북해 유전은 개발 초기 노르웨이 국민 누구도 노르웨이 근해에 석유.가스전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업계와 정부, 정치권 등이 모두가 자원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이 국민에게 특히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유전개발 성공 이후 노르웨이 국민 삶은 달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노르웨이 항만청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2024년 4월 기준 1인당 국민총생산(GDP) 9만 4660달러로 세계 4위이다. 석유와 가스 일일 생산량이 작년 기준 약 2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의 3%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개발로 자원부국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며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내 소비 에너지 수입 의존도 98%가 우리의 현실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의 논쟁 중심엔 탐사 성공률 20%가 있다. 오랜 석유개발 역사를 갖고 있는 엑손모빌, 셸 같은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의 탐사 성공률은 통상 15~20%이다. 그 보다 작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독립계 기업은 10~15%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보다 낮은 10% 정도다. 우리 기업들이 탐사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짧은 기간 동안 축척된 경험이 부족하고 선진 기업에 비해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탐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인수한 해외 피인수 기업들이 갖고 있는 지역 전문성, 우수인력 및 기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이 처음부터 유망성이 높은 탐사사업을 선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해외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인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존 광구를 재조정하고 해외투자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를 뒷받침할 법.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불과 4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메이저기업과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우리 내부적으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해서 적극 자원개발에 나서 야 한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게 자원개발이다. 하지만 성공 시 얻게 될 막대한 수익을 감안하면 시추를 포함 어떤 탐사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하는 게 자원개발 특성이다.




예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7월 오사카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적게 밖에 못 바꿜 사람은 적게 바꿔어서 기여해라.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는 말을 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처럼 수천억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검증이 뒷다리 잡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 자원개발은 긴 호흡으로 꾸진히 추진해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자원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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