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다고 발표를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전략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48시간 사이 완주에서 사퇴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자신으로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이길 수 없다는 당내의 우려를 결국은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하면서 사퇴 압박에 거부 입장을 또다시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30명이 넘는 의원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고, 선거자금을 대는 '큰 손'들은 물론 일반 당원들마저 등을 돌리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 경합주를 중심으로 트럼프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수 없음을 본인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밤에 중도하차 계획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CNN에 중도하차 계획은 토요일밤에 시작해 일요일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요일밤 가장 가까운 참모 2명에게 초안 작성 및 발표 준비 시작을 지시했다고 또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21일 오후 1시46분에 엑스(X·옛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전 세계에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하기 불과 1분 전에야 사퇴 결정을 자신의 다른 참모들에게 알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이날 오후 1시45분에 백악관과 선거캠프 선임 참모들을 모아 단체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발언하는 동안 입장문이 엑스에 올려졌고, 자이언츠 비서실장은 이어서 내각 구성원과 백악관에서 대통령 보좌관 이상의 직급을 가진 이들과 줌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에야 대통령의 결정을 알게 됐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이 그의 이너서클은 최측근과 가족들로 줄어들었다"며 “민주당에 반세기 넘게 충성했던 한 사람이 대선 티켓에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인정하자 델라웨어 사저에서 하루 반에 걸쳐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된 것으로 묘사돼 온 바이든은 공개적·비공개적 압박을 모두 견뎌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버티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저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도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노력을 저해하고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납득해 후보직을 내려놓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사퇴 결정에는 기부금이 급감하면서 선거운동을 막판까지 끌고 갈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민주당내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민주당 후보 교체를 요구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린든 존슨 제36대 미 대통령, 리처드 닉슨 제37대 미 대통령에 비교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홀로 버려진 바이든, 친구들이 적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측근들의 의견을 반영해 권력을 포기했던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도 측근들이 싸움을 포기하자 재선 도전을 멈췄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