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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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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폐열로 수영장 물 데운 파리올림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8 14:24

에퀴닉스, 프랑스 10번째 데이터센터 폐열 15년 무료 제공

서핑 대회 열리는 프랑스령 타히티섬 크루즈선으로 선수 숙박

골판지 침대 등으로 조롱받았지만 그린소싱 시도 칭찬 마땅

파리올림픽 수영장에 폐열을 제공하는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 PA10.

▲파리올림픽 수영장에 폐열을 제공하는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 PA10.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탄소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판지로 침대를 만들고 선수촌에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아 많은 조롱과 비난을 받았지만, 시도와 의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7·8월호 웹진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의 조직위는 이번 올림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조달 전략도 국제표준화기구의 지속가능한 조달지침인 'ISO 20400'에 따라 수립됐다. 파리올림픽의 조달 전략은 △순환 경제 △탄소발자국 감축 및 환경보전 △사회 혁신 △장애인 포용 △지역사회 가치 창출 등 5가지이다.


조직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센느생드니(Seine-Saint-Denis)에 들어선 수영경기장 올림픽수상센터는 이번 올림픽의 유일한 신축 경기장이다.




이 수영경기장은 목재로 프레임과 구조를 만들었다. 천장은 오목하게 만들어 평평한 천장 대비 실내 공간을 30% 가까이 줄여 건물 에너지 수요를 줄였다. 또한 옥상에는 50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건물에너지 수요의 20%를 자급한다. 사용한 물의 50%를 재활용할 수 있는 회수시스템을 구비했고, 수영장 주위에 1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공원을 조성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영장 물을 인근 데이터센터에서 공급받은 폐열을 이용해서 데운다는 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수영연맹(FINA)의 기준에 따라 올림픽 수영경기장의 수온은 25~28°C 사이로 유지돼야 한다. 250만리터에 이르는 수영경기장의 물을 데우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2023년 생드니에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인 에퀴닉스(Equinix)의 10번째 프랑스 데이터센터 'PA10'이 문을 열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및 IT 장비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을 방출한다. 올림픽수상센터 건립을 총괄한 공공조직인 SOLIDEO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PA10의 폐열을 공급받기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기간도 2024년 7월부터 15년간 무료이다.


전 세계에서 22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에퀴닉스는 수년 전부터 핀란드,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 열공급프로그램(Heat Export program)을 통해 지역사회에 폐열을 공급하고 있다.


조직위는 선수촌에 당초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를 통해 객실온도를 바깥보다 섭씨 6도 가까이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 기간동안 폭염이 덮치는 바람에 조직위는 에어컨 설치를 허용했다.


서핑 대회가 열리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화산섬 타히티 바이라오 만(Vairao Bay)에는 크루즈선 한 대가 올림픽 기간 내내 정박해 있다. 폴리네이사선박회사(CPTM)가 운영하는 민간 크루즈선이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공식적인 올림픽 선수촌이다. 해당 크루즈선은 '아라누이 5(Aranui 5)'로, 평소 타히티와 마르케사스를 운항하며 103개 객실에 254명까지 수용한다.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 소장은 웹진에 기고한 '호모 루덴스의 기후위기, 2024 파리올림픽의 그린 소싱'을 통해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도입한 골판지 침대는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라는 장점이 무색하게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았지만, 파리올림픽에서는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골판지 침대가 친환경 올림픽을 위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라며 “올림픽의 그린 소싱 기준은 그렇게 한 단계 높아졌다. 우리가 올림픽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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