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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휴전] 한숨 돌린 산업계…‘업황 회복’ 기대 속 ‘전쟁 불씨’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4.08 16:46

미-이란 ‘호르무즈 개방’ 2주 휴전에 안도
“최악 피했다” 평가 불구 향후 협상 촉각
비상경영 항공업계 유가·연료수급 주시
석화·정유는 원유·나프타 대체수급 주력

자료사진. 출처=챗GPT.

▲자료사진. 출처=챗GPT.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39일만에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파국적 중동사태를 우려했던 국내 산업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동안 발목 잡혔던 경제활동 및 기업심리가 조속히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 및 파생상품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 속에서 기업들은 향후 미-이란의 종전 협상 추이 등에 촉각을 세우며 경제회복 대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이란 전면공격 시한 2시간을 앞둔 8일 오전 8시 이전까지만 중동사태 파국과 함께 국내외 경제 대혼란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미국과 이란 정부가 7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제조건으로 앞으로 2주간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는 외신을 접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이란 휴전 소식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이 휴전 소식과 함께 전장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하락률이 한때 19%를 넘기도 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역시 전날보다 15% 안팎 떨어졌다.


우리 기업들은 2주간 휴전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끝나기 직전 전쟁 당사국들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휴전에 이은 종전 가능성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산업계는 '에너지 대란' 등을 걱정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71개 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1 포인트(p) 하락한 '76'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인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중동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56)과 철강(64) 등에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발표한 '4월 전망 BSI' 집계 결과도 비슷했다. 전쟁 발발 이전 조사한 3월 전망 수치는 기준선을 넘긴 '102.7'을 기록했지만 4월 전망치는 85.1로 급락했다. 한경협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종 국내 경제지표의 부정적 시그널로 걱정이 태산이었던 국내 대부분 업종들은 중동 휴전 소식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유가 급등으로 '비상경영'을 잇따라 선언했던 항공업계는 향후 유가 추이 및 연료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경영전략 수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행수요 위축을 걱정했던 관광여행업계 역시 일단 원-달러 환율 하락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고객유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원유 수급 및 가격 변동에 가장 민감한 석유화학 업계는 미-이란 간 향후 협상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위기 대응책을 세워놓고 계속해서 바뀌는 정세를 살피고 있다.


같은 처지의 정유업계 역시 중동지역이 아닌 미국·러시아·중남미 지역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대체수급로 확보 등 유종 전환을 통한 경영 체질 개선 작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호황산업인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가 하나 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부산물인 헬륨·브롬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헬륨의 65% 이상을 카타르에서 수입해왔다.


다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산업계 표정이 100% 밝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중동으로 향하는 수출이나 여객 수요가 정상화돼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고차 업계는 중동 수출길이 막히면서 현금 흐름에 타격을 입고 재고가 쌓이는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맞춤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우리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동전쟁 일자리 충격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차량 5부제 등을 시행하고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HD현대는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협력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2000t을 수급해 요청하는 회사에 제공하는 식이다. 에틸렌은 선박 강재 절단 등에 사용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전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하며 휴전에 돌입한 만큼 종전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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