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영상] 정부, 집주인 뒤통수 쳐놓고…‘8·8대책’ 약발 먹힐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14 10:40

[에경브리핑] 정부, 집주인 뒤통수 쳐놓고…'8·8대책' 약발 먹힐까?

정부는 지난 8일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시장의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이로 인해 매매 가격도 뛰었다.


서울 아파트는 20주 연속 상승세에 전고점을 뚫은 단지도 늘어나는 등 부장용이 나타났다


최근 경기도 주요지역 집값까지 들썩이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신축빌라 공급과 수요를 늘리는 정책적 혜택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그 이유를 에경브리핑이 알아봤다.





[영상 스크립트 전문]


정부는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시장의 정상화 방안을 내놨는데요.


지난해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이로 인해 매매 가격도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아파트는 20주 연속 상승세에 전고점을 뚫은 단지도 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경기도 주요지역 집값까지 들썩이는 모습입니다.


올해 들어 빌라 전세 수요가 줄고 매매 가격마저 하락한 데다 금리 상승과 건축비용까지 증가한 탓에 신축 빌라 공급은 절벽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올해 상반기 기준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총 1만8000여 가구로 지난해 대비 36% 급감했고 입주 물량도 2만여 가구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낮아 초기 주거비용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 전세로 거주하며 목돈을 모아 아파트로 '상향이동'하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수요의 대부분이 임대 또는 전세에 집중되어 있어 빌라의 공급감소는 장기적으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 부동산 가격 급등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내년까지 수도권에 11만 가구 이상의 신축 매입 임대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서울에서는 비아파트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 매입 방침을 세웠습니다. 무제한 매입은 민간이 건축한 주택을 사전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 약정을 체결한 후, 준공 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인데요. 이 중 최소 5만 가구는 '분양 전환형 신축매입'으로 세입자가 최대 6년간 임차한 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신축 소형주택을 매입할 경우 2027년 12월까지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임대사업자가 기존 주택을 구입해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에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는데요.


또 청약에서 무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비아파트의 범위도 기존에는 전용 60㎡ 이하에서 전용 85㎡ 이하로 넓어졌고 공시가격 기준도 수도권은 5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해 빌라 구입을 유도하는 당근책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데요.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주택 공급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요. 민간이 정부와 서울시 말만 믿고 빌라를 착공했다가 준공 시점에 정부의 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신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는 주택시장 가격이 급·등락 할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부동산 정책을 여러 번 경험한 탓에 정부의 이번 '비아파트 시장의 정상화 방안'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12월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임대 주택사업을 장려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8년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로 보고 9·13 대책을 통해 기존에 약속한 임대사업자 혜택을 대폭 축소했는데요.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2020년 7·10 대책에서는 주택 단기임대(4년)·아파트 매입임대(8년)를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기한이 지나면 자동 말소토록 하는 등 사실상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을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한마디로 '당근'을 주면서 민간의 주택 임대를 장려하다가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9개월 만에 돌연 '투기꾼' 취급하고 혜택을 빼앗아버린 건데요.


이 사건으로 정부 부동산 임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당시의 학습효과로 이번 비아파트 임대 수요 확대 정책 대한 민간의 반응도 아직은 냉랭해 보입니다.


업계관계자는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규모가 전체 가구의 약 40%라며 이 가운데 비아파트는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는데요. 정부는 '혜택을 준다'고 약속하지만, 이는 과거 정부가 오락가락하며 민간에 남긴 트라우마를 자극해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지금 당장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임대를 공급하는 민간의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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