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간의 갈등으로 인해 광복절 경축식이 두 쪽으로 나뉘어 개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독립기념관의 역사와 정통성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멘토로 통하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회장은 김 관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김 관장 임명에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했다.
광복절 행사가 두 쪽으로 나뉘어서 개최되어 선열들에게 면목이 없게 되었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1919년 4월 11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세웠다는 점에서 한민족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10년에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 새로이 세운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다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시적으로 국토를 상실한 망명정부의 성격을 지녔다. 대한민국 제헌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명시되고, 현행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1919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그해 12월 12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았다. 만약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정하게 되면 북한(조선민주주의공화국)도 건국한 것이 되어 한반도 전체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이 훼손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다"고 발언했던 김형석 관장은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는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해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건국절 제정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한다"고 하여 기존의 견해와는 달리 말했다. 광복회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심각하게 본 것은 김형석 관장이 면접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국적은 일본이다"고 발언했다는 대목이다. 김 관장의 말대로 라면 일제의 강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제 강점은 불법행위라는 역대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원칙과 주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독립기념관은 1982년 7월 창씨개명, 신사참배, 징용 등의 행위에 강제성이 없다고 고교교과서 내용을 왜곡하여 기술한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바탕으로 건립됐다. 국민 모금 운동이 전개되어 당초 목표액 500억 원을 훌쩍 넘어 성금이 걷혔다. 이처럼 독립기념관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강력 대응하자는 국민의 의지가 응축되어 있다. 독립기념관장직은 범상한 자리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대한 독립의 가치와 의미를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김형석 관장은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김 관장에 대한 반대는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런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여 분란을 자초하는가? 처음부터 논란 소지가 없는 인사를 임명하면 되지 않았을까?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는 것이 가장 잘한 인사다. 김 관장이 그렇게 유능하다면 다른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관장 임명에 관해 '적절하지 않은 임명'이 74.5%, '적절한 임명'은 12.2%로 집계됐다. 이렇게 되면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월즈 부통령 후보자가 트럼프 진영을 공격하면서 weird(이상한)라는 말을 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weird한 행동을 하고 있다. 총선 승리가 윤 대통령 본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주호주대사로 파견하여 여당의 참패를 초래하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파괴하여 중형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데, 복권해 주었다. 며칠 전에는 채상병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에 내정했다. 그리고 부적절한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여 광복절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군주제 시대인 조선시대에도 신하들의 상소에 어명을 철회한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다면 김형석 관장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있을 것이지만 부정적 영향은 클 것이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도 있지만, 인사가 정권을 망하게 하는 '망사'가 될 수도 있다. 이상한 인사를 계속하고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회를 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 떨어져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국민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