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앞으로 다가온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구도로 확정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했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전 포기 선언 이후 32일만에 집권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수락 연설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나라는 분열과 냉소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신세계로 나아가는 새 장을 여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이는 당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양한 견해의 미국인들이 연설을 지켜보고 있음을 안다"면서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3회 연속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일찌감치 차지했다.
이번 대선은 두 후보 중 누가 승리해도 미국 현대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최초의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역사를 쓰게 된다. 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대외 개입을 자제하는 신고립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간 승부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극의 대결'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동부 뉴욕을 주무대 삼아 막대한 부를 쌓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서 강성 우파인 반면 진보 정치인 해리스 부통령은 인도계 모친과 자메이카계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흑인 여성으로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검사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양측이 그동안 소속 정당 정강 등을 통해 밝힌 정책은 ▲'부자와 대기업을 포함한 보편적 감세'(트럼프) 대(對) '중산층 이하 감세·대기업 증세'(해리스) ▲'동맹의 안보비용 부담 확대'(트럼프) 대 '동맹 중시 및 강화'(해리스) ▲'총기 규제 강화 반대'(트럼프) 대 '찬성'(해리스)' ▲'화석 에너지원 시추 확대'(트럼프)와 '친환경 에너지원 중시'(해리스) 등으로 선명하게 대립된다.
두 후보는 내달 10일 예정된 첫 TV토론 이후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후보로 나선 시점부터 현재까지 약 1개월간 언론 심층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능력과 자질,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적이 없어 TV 토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도 이번 대선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케네디 주니어는 이르면 23일 후보 사퇴를 선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에 환멸을 느껴 케네디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이번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또 내달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때까지 물가 등 경제지표와 중동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흐름도 선거국면에서 중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