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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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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은행 말고 보험사로”…보험업계는 ‘풍선효과’에 부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8 17:54

은행권 금리 인상에 보험사 주담대 ‘역전 현상’
대출 문턱 더 높아지는데…풍선효과 강화

보험업계, 대출 쏠림현상 부담...선제적 움직임도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도...정부 “모니터링 할 것”

대출

▲국내 주요 보험사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8~6.13% 수준이다.

은행권이 잇달아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 수요가 보험사로 급격한 집중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부담을 느낀 보험업계도 금리인상에 동참하게 될지 시선이 모인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8~6.13% 수준이다. 삼성화재와 NH농협손해보험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각각 3.68%, 3.98%로 4% 미만이다.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금리 3.65~6.05%와 비교해 보험사가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3일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각각 연 3.59%, 연 3.19%를 가리켜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두 회사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달 각각 연 3.82%, 연 3.36%였지만 한 달 새 0.2%p 하락하며 나타낸 수치다.


반면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지난달부터 22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오면서 주담대 금리가 치솟고 있다. 최저금리 기준으로는 5대 시중은행이 연 3.6~3.9%대를 가리키고 있어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뛰어넘기도 했다.


이같은 환경에 국내 주요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 시중은행보다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 붙게되는 풍선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2금융권인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5~1%p 가량 높지만 보험사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역전'이 발생하면서 신용등급이 우량한 차주도 곧바로 보험사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인하했다. 보험사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삼성생명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5월 연 4.11~5.54%에서 이달 연 3.59~5.04%로 내려갔다.


앞으로 대출한도면에서도 보험사가 유리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풍선효과는 더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도 보험사 등 2금융권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50% 적용 돼 1금융권이 적용하는 40%보다 대출 한도가 높게 책정된다. 은행권이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면 1금융권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이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비판으로 은행권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은 전날 주담대 만기 기간 단축과 한도 축소, 거치 기간 폐지 등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한 카드를 모두 꺼내 들면서 대출 문턱을 크게 높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은행권의 대출한도 축소가 보험사로 떠밀려와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보험사의 주담대 잔액이 지난 6월말 기준 51조2000억원까지 부풀어 오르면서 가계부채 뇌관 우려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에도 금리인상이나 대출 자제 압박을 확대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 일각에선 풍선효과의 선제적 관리에 나서면서 금리 인상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49% 올리면서 3.68~6.13%로 인상했다.


시장 왜곡에 대한 금융권 전반의 우려도 제기된다. 통상 1금융권은 우량한 고객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하며 2금융권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게 시장 원리인데, 보험사를 넘어 상호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붙게 되면 이 흐름이 무너지며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실수요자 부담 가중도 문제지만 2금융권 대출수요 부담이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의 뇌관이 2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미 연체율 등 건전성 우려가 높은 곳은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27일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보험·중소금융 등 타 금융업권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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