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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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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심각” 폭스바겐 공장폐쇄…유럽 車업계로 불똥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3 14:43
Germany Volkswagen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공장(사진=AP/연합)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한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독일 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볼프스부르크·브라운슈바이크·잘츠기터 등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지난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39년 폭스바겐 설립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은 없다.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계획은 수년 동안 과잉생산과 경쟁력 저하를 무시한 데 따른 결과라며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해럴드 핸드릭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매우 어려운 지정학적 세계에 살고 있는데 유럽은 이러한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미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저스트 오토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안 나오는 공장을 30개 넘게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유럽 제조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5분의 1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전기차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없애자 유럽은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느린 지역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는 물론 비야디(BYD)와 폭스바겐의 중국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 소유의 MG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유럽 시장에 진출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합쳐도 테슬라가 두 배 이상 크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징후도 조금씩 늘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기차 피아트 500 등의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다. 스텔란티스 이탈리아 공장의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36% 급감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가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 공급중단,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등으로 유럽 업계가 내연기관차 공장을 유지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의 모리츠 크로넨버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폭스바겐의 비용절감 계획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회를 놓친 결과"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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