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 국내 증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주목하고 있다. 초박빙 여론조사 결과와 역대 최다 사전투표율을 기록 중인 만큼 대선 결과 흐름을 두고 예측 불허의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S&P50금융' 상장지수펀드(ETF)의 1개월 수익률은 10.10%로 집계됐다. 해당 ETF는 미국 S&P500지수에 속한 금융 산업에 투자하는 ETF다. 'RISE 200금융' ETF와 'TIGER 200금융' ETF의 1개월 수익률도 각각 7.65% 7.55%를 기록 중이다. 'SOL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ETF도 한 달간 9.32% 상승했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종목이다. 금융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로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에 수혜가 예상된다"며 “규제 리스크가 낮아지면 금융·결제 기업도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수혜주 중 하나인 원자력 관련 종목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와 'RISE 글로벌원자력' ETF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1.56, 14.03%를 기록했다. 특히 'RISE 글로벌원자력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4.49%를 기록 중이다. 이는 241개 글로벌주식형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편입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미국 최대 원자력 발전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28.81%)다. 세계 최대 우리늄 생산기업 카메코(19.48%)와 원자력 발전용 부품, 장비 제조업체 BWX테크놀로지스(9.99%) 등이 담겨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친환경을 앞세우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는 미국 인프레이션 감축법(IRA)에 비판적인 만큼, 당선된다면 재생에너지의 지원과 혜택을 축소하고 화석연료와 원전 생산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종목도 마찬가지다. 'SOL K방산' ETF와 'PLUS K방산'도 각각 10.35%씩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된 테슬라에 대한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공개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학개미(미국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1개월 간 가장 많이 매수한 ETF 종목 1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TSLL)'다. 순매수액은 2억1365만달러(약 2966억원)다.
반면, 이차전지와 친환경 관련 ETF는 1개월 새 하락세다. 특히 'TIGER 2차전지 TOP10' ETF는 10.69%나 하락했다.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ETF와 'KODEX 2차전지산업' ETF,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 ETF도 각각 2.86%, 1.84%, 1.32% 떨어졌다. 이차전지와 친환경 관련 종목은 해리스 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이란 점에 '해리스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이번 미국 대선은 지지율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박빙 판세다. 집계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미국 대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모든 여론조사에서 전국 지지율은 동률 또는 1∼2%포인트(p) 박빙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평균 지지율도 트럼프와 해리스의 격차가 1.4%p 차이인 것으로 분석했됐다. 과거 미국 대선을 보면 전국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도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한 적이 있었던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수치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는 전국 지지율보다 중요한 게 경합주 판세다. 북부 러스트벨트 세 곳 모두 평균 지지율 격차가 1%p 미만, 사실상 동률로 나오고 남부 선벨트 경합주는 네바다를 빼면 트럼프가 1∼2%p 미세하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돼 당선 확률 계산에서는 트럼프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트럼프 후보는 금융과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태인 만큼 대선이 다가올수록 경계감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면서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이 수시로 높아질 수 있어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 개선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