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개 상장사 전체 기준으로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3717만여주, 시가로 약 1조8000억원 규모였다.
국내 상장사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자녀 명의로 주식을 증여하거나 투자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요 기업의 주주 구조에도 세대 변화가 감지된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중 연령별 주주 현황을 공개한 93곳의 20세 미만 주주는 총 78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한 곳당 평균 8466명꼴로, 상당수 기업이 수천 명의 미성년 주주를 보유한 셈이다.
가장 많은 미성년 주주를 확보한 곳은 삼성전자로 39만4000여명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주식 수는 1940만여주, 시가로 약 1조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작년 말 주가(5만3200원)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은 약 260만원이다.
뒤이어 네이버(5만4000여명), LG에너지솔루션(3만8000여명), 대한항공(2만4000여명), LG전자(1만9000여명), 맥쿼리인프라(1만6000여명) 순으로 미성년 주주 수가 많았다. 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두산로보틱스, LG디스플레이, LG화학, 우리금융지주, 포스코퓨처엠, 현대모비스 등도 미성년 주주 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93개 상장사 전체 기준으로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3717만여주, 시가로 약 1조8000억원 규모였다. 전체 시가총액(992조원)의 0.18% 수준이지만,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렵다.
미성년자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은 약 370만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보면 고려아연의 1인당 보유금액이 가장 컸다. 미성년 주주 227명이 총 1만5000여주를 보유해 1인당 평균 6700만원가량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어 신성델타테크(1700만원), 삼양식품(1300만원), 보로노이(1200만원), 펩트론(11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 케어젠, 파마리서치, LS, 한올바이오파마, 농심 등도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이 수백만원대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투자라기보다는 증여나 상속을 통한 자산 이전의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자녀의 자산 형성과 금융 이해력을 키우려는 조기 투자 교육의 확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미만 증여 신고 인원은 1만4000여명에 달했다. 이 중 10세 미만이 6000여명으로 절반에 육박했으며, 1억원 초과 증여자는 7000명, 10억원 초과자는 253명, 50억원 초과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