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훈풍'을 타고 자체 사업 물량의 분양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온기가 남아 있는 수도권의 자체 사업 물량을 빨리 소화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지역에서 주요 건설사들의 자체사업 분양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자체사업은 시공비만 받는 도급사업과 달리 토지 매입부터 시공, 분양을 모두 건설사가 수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도급사업과 비교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미분양 등 손해가 날 경우 모두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원가가 덜 들고 수익이 날 경우 모두 가져갈 수 있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사업이다.
부동산 호황기 때 건설사들은 직접 우량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행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형태로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시장 참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은 자체사업을 줄이고 도급사업 비중을 높이는 전력을 취해왔다. 그러던 중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자체사업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시행·시공을 맡은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을 분양했다. 이 단지는 최고 40층 높이 아파트 19개 동, 254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1024가구를 먼저 분양했다.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611가구 일반 모집에 1만8957건이 접수돼 평균 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인천 최다 청약 경쟁률이다.
대우건설도 경기 양주시에서 자체사업인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공급했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8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1172가구 규모다. 전날 1순위 71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456건이 접수되며 평균 3.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양주시에서 분양한 총 9개 단지 중 최다 청약접수 건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노원구에서 자체개발 사업인 H1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복합용지에 3032가구에 달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상업업무용지엔 호텔과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용지엔 공공기여금 2864억원을 활용해 도서관과 공공기숙사, 생활SOC시설 등이 건립된다. 완공시기에 맞춰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구에서 광운대역세권 복합도시로 사옥도 이전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에 나선다. 일반분양 물량만 1856가구에 달해 수요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견건설사들도 4분기 자체사업 분양에 나선다. 대방건설은 하반기 7400가구를 계열사들이 시행·시공하는 자체사업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견본주택을 개관한 '의왕고천지구 디에트르 센트럴'이 대표적이다. 한신공영도 시행·시공을 맡은 경기도 양주시 덕계역한신더휴포레스트의 견본주택을 내달 1일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체제에 돌입한다.
일단 전망은 밝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월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전망지수는 121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크게 웃돌았다. 2021년 6월 기록한 121.8 이후 40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 1월 분양전망지수가 73.4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9월부터 시작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부의 대출 조이기는 흥행 변수"라면서도 “수도권 분양 열기가 뜨거운 만큼 자체사업 단지들의 완판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