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두 달 가량 지났다. 그동안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는 물론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던 최윤범 회장 측이 내놓은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까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승부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현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가 출렁이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 1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543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과열되면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83만원과 89만원을 제시하는데 이르자 지난달 15일 고려아연 주가는 80만원을 돌파했다. 양 측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 지속된다는 소식에 연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29일에는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 전 평균 주가보다 3배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고점은 길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30일 하한가를 기록해 하루만에 46만2000원이 급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8만3000원이 추가로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고점에서 산 개인투자자는 이틀 만에 주당 54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 급등락을 예상하고 투자 행위를 한 소액주주 뿐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지금의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탠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고려아연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노조원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진행돼 왔다.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시작됐을 당시 이미 주가가 49만원 이상 치솟았기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 주가가 다시 그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고려아연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선의의 주주들이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쟁이든 장기화되고 과열될수록 그 관계자들의 피해나 손실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나 손실은 분쟁을 주도하는 강자들보다는 그 주위에서 영향을 받는 약자들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마찬기자다. 분쟁 당사자들이 한 발 멈춰 분쟁이 너무 과열되지 않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