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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일대, 철도뷰→파크뷰 된다…지하화에 ‘두근 두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06 06:00

[철로를 가다①] 철도 지하화 예정지 용산역 가보니

용산국제업무지구 성공 기대감↑···‘글로벌 업무벨트’ 육성 추진

주민들 ‘파크뷰’ 집값 상승 예상···“노후했던 곳 발전할 것”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부 공간 개발과 함께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역을 관통하는 철로 전경. 경부·경원선 열차과 1호선 지하철 등이 이 곳을 지난다. 철로 인근에 조성된 주택·업무시설들 이용자들은 소음·

▲서울 용산역을 관통하는 철로 전경. 경부·경원선 열차과 1호선 지하철 등이 이 곳을 지난다. 철로 인근에 조성된 주택·업무시설들 이용자들은 소음·분진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철도 지하화? 된다면야 좋다. 용산 일대를 동서로 갈라 놓아 지역 개발의 유일한 걸림돌이 제거되겠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되면 '호랑이가 날개 단' 꼴이 될 거다. 그런데, 정말 이번에는 되긴 된다는 건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발표로 기대치가 높아졌지먄,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한 만큼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찾아간 용산역 일대는 역사·철로 부지가 동서를 갈라 놓은 덕에 개발이 활발한 동쪽과 서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동쪽은 업무지구가 몰려있는 광장 쪽 1번 출구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반면 용산전자상가가 있는 서쪽은 인적이 드물었다. 끊임없이 오가는 고속열차의 소음과 경고음만 보행자들을 괴롭혔다.


서울 용산역 전경. 지상에 철로가 놓인 탓에 역사나 인근 쇼핑몰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층 건물 높이를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가야 한

▲서울 용산역 전경. 지상에 철로가 놓인 탓에 역사나 인근 쇼핑몰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층 건물 높이를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가야 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이런 상황에서 정부·서울시의 철도 지하화가 본격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철도 지하화로 인해 지역 단절·소외, 경관 훼손, 소음·분진 피해 등을 일으켜 온 용산역 철도 시설이 땅 속으로 들어가고 상부 부지는 복합 개발돼 주거·상업시설과 공원이 들어설 경우 막대한 지역·경제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역 일대에선 현재 소외된 서쪽 전자상가 일대의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가장 컸다. 또 전체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왓다. A공인중개사는 “초고층 건물과 함께 철도 부지 지하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인적이 드물 정도로 소외된 전자상가 인근이 동쪽의 국제업무지구와 연결돼 부동산 가치가 확실히 올라갈 것"이라며 “사실상 혐오시설인 지상철도가 사라지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토지 분양이나 글로벌 기업 유치가 활발해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일부. 시는 49만5000㎡ 규모 땅에 마천루를 세워 세계 최대 수준 업무지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여헌

▲서울시가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일부. 시는 49만5000㎡ 규모 땅에 마천루를 세워 세계 최대 수준 업무지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여헌우 기자.


해당 지자체인 용산구의 태도도 적극적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용산역 부지 개발 구상안을 마련해 시에 전달한 상태"라며 “서울역부터 한강철교까지 경부선 구간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글로벌 업무벨트'로 육성할 계획이며 한남역쪽으로 가는 경원선은 용산공원과 연결되는 녹지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용산역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제2의 연트럴파크(연남동 옛 경원선 부지에 조성된 공원의 별칭)'가 들어설 경우 환경 개선·부동산 가치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역 인근 다른 부동산업소의 B 공인중개사는 “집을 고르며 '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철도뷰'가 '파크뷰'로 바뀌면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홍대 앞 연남동 일대 경원선 부지가 공원화된 후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공원이 확보된 것은 물론 카페나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서 '핫플(레이스)'가 된 것을 보고 다들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용산역 지하화 사업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그동안 철도에 가로 막혀 도로가 불편하고 인프라가 제약됐던 남영역 인근, 청파·동자동 등을 꼽고 있다. 이미 상업·주거 기능이 복합된 번화가 이태원, 한남동 일부, 해방촌 일대, 신용산 지역도 유동인구 증가 등 혜택을 볼 수 있다. 용산역과 바로 인접한 한강로2가와 용산전자상가는 물론 다소 거리가 멀어진 서계동, 이촌동, 후암동, 갈월동, 한남동 등도 후광을 입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사례로 볼 때 철도 부지 지하화로 인해 용산역 일대 공시지가가 최소 평균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역 동부 업무지구쪽 전경. 다양한 업무시설이 들어서 이미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동부 업무지구쪽 전경. 다양한 업무시설이 들어서 이미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서부 전자상가쪽 도로 전경. 반대쪽과 달리 인적이 드물고 상권도 많이 쇠퇴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서부 전자상가쪽 도로 전경. 반대쪽과 달리 인적이 드물고 상권도 많이 쇠퇴했다. 사진=여헌우 기자.

그러나 워낙 '대역사(大役事)'라 제대로 추진될 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실제 이날 만난 부동산 업체 관계자들은 시의 철도 지하화 발표 이후 당장 달라진 점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장기 공사인데다 수십조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역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철도지하화 발표 이후에도)매물로 내놓은 부동산의 호가를 올린 사례도 아직 없다"며 “오히려 원효대교 북단 등 다소 떨어진 지역에서 최근 이슈를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라 정치권의 리더십 교체에 흔들릴 수 있다. 정부·국회의 사업성 검증 절차도 넘어야 한다. 용산역 부지가 '금싸라기'라 개발 이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지만 선투자를 위한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큰 과제다. 용산역 부지에 철도·도로, 각종 기간 시설이 워낙 복잡하게 깔려 있어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공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숙제다. 주거, 상업 지역과 인접해 있어 공사로 인한 소음, 교통 혼잡 등에 따른 민원도 우려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는 철로만의 문제가 아니고 도시 구조 연결성의 문제"라며 “(철도가 지하로 가도) 어차피 통행량이나 시간은 차이가 없는데 지상부가 연결되기 때문에 그 땅을 통해서 상호간 교류가 일어나고 노후했던 곳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 인근에서 작업자들이 철로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인근에서 작업자들이 철로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인근 철로 전경. 철로 바로 옆으로 주거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용산역 인근 철로 전경. 철로 바로 옆으로 주거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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