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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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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산업의 이기적 유전자와 대전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24 10:42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인간 행동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진화의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복제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정적인 이타주의를 발현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 이기주의'와 '집단 이타주의'의 균형은 오늘날 협력과 경쟁 속에서 생명체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건설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은 수주와 시공을 통한 이익 추구 등 단기적 성과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건설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형태는 개체 유전자가 개체의 이익, 즉 생존과 번식을 우선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품질, 안전사고, 인력 부족, 이미지 추락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단기적인 이기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도킨스가 설명한 집단적 이타주의의 중요성처럼, 이제는 모든 참여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가치와 위상에 맞는 확장적 정의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국민 생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간 산업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영향력과 범위는 왜 건설산업이 거듭나야 하는지, 참여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로서 성실히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건설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가치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시공,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확대 역시 대전환의 핵심요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품질 제고 및 안전사고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건설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비추어볼 때, 건설산업의 개별 기업들이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집단적 이타주의, 즉 산업 내 모든 참여 주체들의 협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 발주기관, 시공기업 등 모든 주체가 범 건설 산업적 시각에서 협력하며, 산업의 발전과 위상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설산업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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