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강현창

khc@ekn.kr

강현창기자 기사모음




[기자의눈] ‘공포마케팅’ 경제단체, 이젠 달라져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27 11:18

강현창 산업부 기자

강현창

▲강현창 기자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 소송 남발이 우려스럽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내놓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아야 할 낡은 공포 마케팅에 기대는 경제단체들이 더 우려스럽다.


먼저 대한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이 2명으로 확대되면 내부 지분율이 48.7%에서 5.1%로 급감한다며 경영권 위협을 경고한다.


그러나 이는 소액주주를 의도적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왜곡된 계산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 분석'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완전히 무시한 셈이다.


한경협의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떠한가. 이는 오히려 현재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상법이 개정된 뒤라도 지배주주가 장악한 이사회는 소수주주의 이익과 관련없는 결정을 하리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일까?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소송 위험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이러한 모순된 논리는 경제단체들의 본질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자처하는 정체성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공익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지배 주주, 더 구체적으로는 결국 총수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한참 동떨어진 행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제 재산을 해외 주식과 코인, 투기부동산에 맡기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한 몫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된 시대에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오히려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보고의 신뢰성이 향상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제는 '해외 투기자본'과 '소송 남발'이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 개혁을 막을 때가 아니다. 소수의 이익이 아닌, 전체 경제주체의 이익을 균형있게 대변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변화하지 않는 자신들의 모습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