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영진이 방심하거나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아무리 최대주주라도 이기기 어려운 곳이 한국 주주총회입니다."
한국 주주총회를 취재하면서 언제나 공감하는 말이다. 현재 주주총회 의장 지위가 있는 현 경영진이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경영도 함께 한다면 이 같은 환경은 그리 중요치 않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최대주주가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가, 방만한 경영자를 내쫓을 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대주주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 특히 최대주주 연합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 연합이 이길 수 있음에도 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의장직을 맡고 있는 현 경영진이 의결권 수거와 판단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심지어 표 대결의 결과를 아는 것 조차 의장 측의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부산의 한 코스닥 상장사 경영권 분쟁에서 한 의결권 수거를 대행하는 법무법인의 사장은 “악의적인 상대방에게 개표 결과를 가르쳐줄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결과를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검사인 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의결권 수거 업체가 조작을 했을 경우, 이를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시스템적 장치가 미비하다. 대통령 선거에서처럼 참관인 제도나 수검표 시연회 같은 투명성 확보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1주의 가치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 결과도 제대로 모를 뿐더러, 내 주식 1주는 언제든지 어떤 이유를 들어 의결권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주식시장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1일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대금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추월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자금이 흘러갈 곳은 많다. 또한 단순한 시장 위축을 넘어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국가 경제 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제는 '1주 1의결권'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주주총회 결과를 아는 것은 호의가 아닌 당연한 권리다. 그렇기에 최근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상법 개정안과 주주 권익 보호 법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