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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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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블랙홀로 경제정책 향방 ‘오리무중’…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8 11:16

정부 “정책 차질없이 추진” 불구, 예산안 및 경제법안 처리 난항 전망
반도체특별법·전력망법·대왕고래 사업 등 표류 우려

한덕수-한동훈 공동담화문 발표 지켜보는 시민들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공동 담화문 발표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고 야권의 탄핵 일정표가 계속 가동됨에 따라 정부의 경제 정책이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예산안 표류 장기화에 따른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우려된다. 반도체 특별법이나 상속세제 개편안 등 각종 경제 법안 제·개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총력전에 나선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회동은 물론이고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 등에서 당정은 정치 일정과는 별개로 예정된 경제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77조 예산안 여야정 협의 재개 불투명, '예산 폭거' 언급에 합의 사실상 어려워

그럼에도 현재 67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관련 여야정 협의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언제 재가동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모든 당력이 정치 이슈에 올인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야당은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까지 예산안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논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의 이유로 '예산 폭거'를 이유로 든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안 대치가 또 다른 전선으로 확장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민주당은 삭감된 예산안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당정과 충돌이 예상된다. 의석수 상황을 고려하면 야당의 안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준예산 편성시 공무원 인건비와 국고채 이자,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여야 모두 준예산까지 가지 않는다는 계산이지만, 만약 임시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여야간 극렬 대치가 심화된다면 예산안 합의는 사실상 힘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설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예산안 편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세우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과 예산안 그리고 각종 경제 법안과 내년도 경제 정책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경제 이슈마다 변수가 상당해 경제 정책 자체가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보조금 및 국가전력망 확충 절차 간소화 등 차질, 각종 사업도 연기될 듯

경제 법안도 차질이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법은 반도체 특별법이다.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의 여야 합의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올리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연내에 다뤄지기 힘들 수 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현재로서는 논의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다. 전력망법은 대규모 전력을 쓰는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전력망 확충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원전 수출과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들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주환원 증가액 법인세의 5% 세액공제, 배당 증가액의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관련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자산시장 '밸류업' 정책들도 좌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최고세율 인하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제 개편안, 정산 주기 단축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상향 등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법 개정안 등 법안들도 표류가 점쳐진다.


다만 여야가 합의한 일부 민생법안, 예컨대 금융투자세 폐지 및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은 탄핵 정국과 별개로 논의돼 연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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