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책 방향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돈다. 에너지업계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탈(脫)원전, 현 윤석열 정부 때는 탈(脫)탈원전 등으로 인한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큰 낭비를 경험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에너지 정책이 변경되면서 중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탄핵이 될 경우 다시 원전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잦은 에너지정책 변화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 혼란을 초래하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에너지정책은 이런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안그래도 국내 산업계는 중장기적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 상황에 정치권에서 자꾸 산업계와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면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은 정책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므로 대규모 투자나 사업 계획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설비나 원전 기술 개발 등에 대한 투자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산업 발전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정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프라 폐기나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탈원전 정책과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지면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시에도 초기 투자비용이 상승한다.
환경 목표 달성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장기적인 환경 목표는 정권 교체에 따라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또한 잦은 에너지정책 변화는 국민적, 지역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지역 주민들의 반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 설치 시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 간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해결 방안으로 에너지업계는 꾸준히 초당적 에너지 정책 협의체, 독립적으로 에너지 정책과 가격을 규제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당 간 협력을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업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권에 따라 발전설비 비중이 급변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아닌 중장기 에너지 로드맵 수립과 법제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법률로 규정하고 국민, 전문가, 기업, 환경 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정권의 이념보다 기술 혁신과 경제적 효율성을 기반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정치적인 혼란은 한국 사회의 상수처럼 보인다. 우리 정치권에게 에너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