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박종우 전 거제시장이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직을 상실하면서 거제시장 재선거가 내년 4월 2일 치러진다. 박종우 전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1년 7~9월 당원 명부 제공과 소셜미디어(SNS) 홍보 등을 대가로 자신의 SNS 홍보담당자였던 A씨에게 3회에 걸쳐 1300만원을 제공하고, A씨가 서일준 국회의원실 직원 B씨 등에게 이 돈을 전달하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박종우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권태민 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와 박환기 전 거제부시장, 황영석 거제발전연구회장, 천종완 전 거제시의원, 김봉태 전 밀양시 부시장 등 당원들은 최근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윤부원 전 거제시의회 의장, 전기풍 경남도의원, 정연송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 등도 현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 선거의 경우,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규상 원칙을 밝혀왔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월 비대위원장 시절 '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 열릴 시 무공천' 공약을 5대 정치 개혁안에 담기도 했다. 당을 혁신한다면서 만들어 국민 앞에 약속한 조항이다. 공직선거법을 어긴 박종우 전 시장이 바로 이 경우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후보 공천 문제를 여태껏 결정하지 못했고, 당원들은 당규상 원칙과 비대위원장이 했던 약속을 던져버리고 후보로 나서고 있다.
거제시 선관위는 거제시장 재선거에 15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액 거제 시민들의 세금이다. 국민의힘 소속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행정 공백 상태를 만들고, 시민들을 당혹하게 하고, 그 뒷감당까지 시민 세금으로 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귀책 사유에 의해 안 써도 됐을 수십억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선거를 치러는데, 반성은커녕 대국민 약속까지 깨가며 다수 당원이 출마해 또 당선되겠다고 한다. 참으로 얼굴이 두껍다.
국민의힘의 이런 혼란상을 보면 올해 22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뜻은 물론 원내 2당으로 몰락한 신세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한 듯하다. 이미 국정 현안을 야당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보여준 모습은 퇴행적 보수 이미지와 차기 당권을 노린 계파싸움뿐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무너진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뼈를 깎는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내년 4월 치러질 거제시장 재선거에 '무공천 원칙'을 지켜 변화 의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