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5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권대경

kwondk213@ekn.kr

권대경기자 기사모음




내년 한국 수출 1.7% 증가 전망…“‘트럼프 리스크’ 생각보다 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25 11:07

에너지경제신문, 국내 5개 기관·단체 전망치 분석 결과
높은 반도체 의존도, 미중 갈등 심화 등이 악영향 전망
외환시장 안정화, 수출경쟁력 제고, 원자재 안정적 공급 등 중요

컨테이너 쌓인 부산항 신선대부두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국내 5개 기관 및 단체들의 내년도 수출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1.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연구기관 및 단체들의 내년 수출 실적 전망치 평균이 1.7%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1월까지 수출 증가율이 8.3%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수출 전선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기업의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5개 기관 및 단체들의 수출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내년 1.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해 수출 실적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행(1.3%)과, 한국개발연구원(KDI, 1.8%), 산업연구원(2.2%), 무역협회(1.8%), 한국경제인협회(1.4%)의 전망치 평균을 낸 것이다. 내년 수출 증가율이 1%대로 주저 앉을 것으로 보는 데에는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과 중국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이들 기관 및 단체들은 분석했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올해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139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무엇보다 11월까지 수출 증가율은 8.3%이지만 여기서 반도체를 빼면 상황이 달라진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업종 품목에서의 수출 증가율이 1.6%에 그친다.


대외 불확실성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장 큰 위협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도 이에 따른 것이다. 우선 D램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기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D램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9.3%로 직전 분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TSMC는 64.9%로 같은 기간 2.6%포인트(p) 상승했고, 3위 SMIC는 6%로 0.3%p 높아졌다. 삼성전자로선 TSMC가 아니라 SMIC 견제가 필요한 상황에 까지 직면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전략도 문제다. 실제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수출전망치를 제시한 한경협의 발표 내용을 보면 기업들 대다수가 내년 미국과 중국 수출 전망이 어둡다고 봤다.


내년에 한국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가장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지역 응답률은 미국이 48.7%로 가장 높았고, 중국이 42.7%다. 한경협과 무역협회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갈등 심화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8.4~14.0% 줄어들 수 있다는 산업연구원의 분석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각국에 보편관세를 10~20%, 중국에는 60~100% 부과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보편관세 부과시 지난 2021~2023년 평균 수출액 대비 약 8.4%, 55억 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며 “더욱이 보편관세 부과율이 20%로 증가할 경우 최대 14.0%, 93억 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대응 방안으로 ▲수출시장 다변화(47.6%) ▲운영비, 인건비 등 비용 절감(23.8%) ▲환율리스크 관리 강화(15.9%) 등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또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외환시장 안정화(31.5%)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22.8%)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18.0%) ▲원자재 등 안정적 공급대책(11.4%) ▲수출 신시장 개척 지원(11.0%)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수출 여건은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 등 수출 경쟁력 제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국회는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입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