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벤처기업의 대다수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돼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할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중국기업 견제와 인공지능(AI)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만큼 국내 벤처업계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25일 벤처기업협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 설문조사'(12월 4~11일, 벤처기업 400개 대상)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정책 방향에 대비책을 마련한 국내 벤처기업은 극소수인 0.8%에 불과했다. 과반이 넘는 54.4%의 기업은 대응책 마련에 손을 놓은 상태이며 대비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업도 3분의 1 가량인 3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업계가 꼽은 트럼프 정부 출범시 방어가 필요한 주요 요인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감소'와 '미국 현지 공장 신설 유도 등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환율 리스크' 등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 중국 관세를 60%,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의 관세는 10~20%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등 자국 산업 보호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 장기화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원자재 가격이 대폭 올라 수출을 해도 적자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벤처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중국의 대 미국 수출 감소가 실현될 경우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또다른 문제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막는데 치중했던 만큼 단기적으로 경기가 악화돼 주식시장이 침체되며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경제 불안정성으로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돼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벤처기업의 절반이 넘는 52.3%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3% 감소된 1118억 달러로 지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였던 만큼,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벤처업계가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 정책. 자료=벤처기업협회
반면, 벤처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통해 반등할 수 있는 긍정 요소로 중국 견제 기조와 인공지능(AI), 암호화폐,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바이오 분야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산업에서 비중을 키워가는 만큼 중국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AI를 주요 전략 자원으로 설정하고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완전히 풀겠다고 호언장담한 것도 혁신기업들에게는 기대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AI 성장을 지원하고 국외 AI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나, 촘촘한 것으로 악명 높은 국내 규제의 완화로 이어져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밖에 트럼프 당선인은 원자력, 석유 천연가스 생산 확대에 적극적인 만큼 현 기조인 친환경 에너지에서 정책을 전환해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리스크를 줄이고 상승세를 타기 위해 △금융 및 환리스크 관리 △대체시장 발굴, 판로 개척 등 수출지원 △국내 규제 완화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간접수출 현황 및 실태를 파악해 대·중견기업과 거래관계에서 안전망을 마련하고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둔 중소기업에 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벤처업계는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