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25년의 키워드는 단연코 불확실성(uncertainty)과 위험(risk)의 증대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시작하는 2025년은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의 위험들이 여전하여 21세기 들어 가장 거대한 불확실성을 맞닥트리는 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COVID-19 사태가 사실 불확실성이나 위험성으로 보면 더 큰 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전 세계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국가, 특히 선진국들은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는 COVID-19 시기와 같은 우방의 도움이나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불확실성과 위험의 진폭은 시간에 감에 따라 가라앉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에 발생할 다양한 변화 및 불확실성 중 특히 미국과 중국 간 4차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의 21세기 후반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는 우리는 이미 2024년에 미국의 IRA 법과 보조금을 둘러싼 논쟁과 미국의 엔비디아, 대만의 TSMC,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뉴스로 그 전초전을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는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 인프라가 정책의 중심에 있다.
21세기 초반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 대량생산에 성공하였을 때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전력 생산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전력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되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은 현재 원유생산량 세계 1위이며 셰일가스는 수출하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상당하며 관련 첨단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나라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이 건설한 발전시설 건설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자력발전 계획 기수만 150개가 넘는다. 재생에너지 제조업 역시 세계 최고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의 제조업은 이제 중국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 생산원가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보통신산업과 반도체 제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조업이 중요한 나라의 경우,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수출 과정에 필요한 도로와 항만 등은 필수적인 공공 인프라이자 공공 서비스이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통신,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산업 등은 모두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도로와 항만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총 전력 사용량은 547.9TWh이며 이 중 제조업이 49%에 달하는 266.9TWh를 사용하였다. 제조공정은 물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운영에서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는 물론 양질의 에너지와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진과 NIMBY 현상 및 지중(地中)화 요구로 인한 사회기반 인프라 건설비용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다. 지중화를 해서라도 지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하여 미국은 우수한 전력 생산 인프라를 건설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제조업, 특히 4차산업혁명에 관련된 제조업이 다수인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첨단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전력, 물, 도로로 대표되는 국가 인프라건설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여기에 뒤처지게 되면? 그 답은 다들 잘 알고 있다. 2025년이야말로 우리 모두 그 노력을 함께 시작할 가장 좋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