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의 '그린보트' 캠페인이 환경단체 사이에서 논란이다. 그린보트란 내년 1월 16일~23일, 7박 8일 동안 부산부터 대만, 일본 주요 도시 등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말한다. 환경재단은 단순 크루즈 여행이 아닌 친환경 교육과 같은 여러 환경캠페인을 그린보트를 통해 하겠다고 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그린보트를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라고 비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환경캠페인을 호화 여객선인 크루즈에서 한다 하니 이상하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환경 쪽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상 눈치를 본다. 기후 분야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환경을 다루는 공공기관들도 어느 정도 환경주의자의 마인드를 가진다.
환경단체 사람들이 받는 압력은 더 크다. 이들은 환경캠페인을 하다 보면 '너는 차 안타고 고기 안먹고 사냐'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환경단체는 사람들의 비난에 적어도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걸 제외하고는 자제하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엔진만 넣으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즐거운 놀이를 찾는 것도 삶의 목적이다. 당장 비난은 피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환경운동은 관심을 얻기 어렵다.
에코나우가 최근 개최한 유엔청소년환경총회에서 친환경 E스포츠를 주제로 삼고 청소년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봤다. 게임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데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친환경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환경운동에는 과격함뿐 아니라 다양함이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으로 여행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환경에 해악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여행 다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환경단체의 그린보트 캠페인도 사람들에게 친환경 여행이라는 메세지를 주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해도 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린보트를 이야기하는데 크루즈를 직접 타면서 경험을 얻을 필요는 없다. 친환경 E스포츠를 논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써도 게임은 똑같다. 크루즈가 친환경 연료로 돌아간다 해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업무협약이나 세미나로도 그린보트를 하자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이 요즘 싸졌다고는 하나 사치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골프치는 사람들이 흔해졌어도 '그린골프'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린보트도 마찬가지다. 게임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일반 서민들이 해외여행으로 가는 데 7박 8일이나 투자하기 어렵다. 그린보트는 엘리트 환경주의자들이 부를 과시하는 자리로 보이면 안된다. 조용히 혼자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것과 환경운동으로 내세우는 건 완전 다른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린보트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내년이면 벌써 20년을 맞이한다. 환경운동에 대한 사람들 의식도 변하고 있는 만큼 캠페인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들 문제라고 하는데 고집을 계속 부리면 저의가 의심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