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액주주 운동은 여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 앞에 무력했다. 지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상 주주총회 제도가 소액주주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관련법 개정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됐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달 2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국회의 계엄 해제 과정이 있었음에도 법 개정 흐름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경제 단체·재계와 개인투주자들이 의견을 교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개정 상법 혹은 자본시장법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추가 △경영권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장에 제3자 의장 선임 △횡령·배임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현행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SK 이형희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CEO 평가에 주가 상승이 10~20% 반영되고 있으며, 많은 구성원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을 원한다"면서도 “사회적 응징이 있는데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투자자 측은 다른 입장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은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의 한 주가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한 주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재계의 구시대적 인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촌평했다.
◇선재 업고 튀어? 아니죠, 위임장 들고 튀어!
특히 최근 주목받는 내용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장에 제3자 의장 선임의 건이다.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IB플러그에너지는 지난달 13일 치러진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무리하게 강행해 논란이 됐다. 법원이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의결권 제한 주식을 모두 포함해 표결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위임장을 들고 튀는 일도 발생했다. 같은 날 발생한 다른 종목 주주총회의 경우, 사측은 밀실에서 위임장 검표를 진행하며 주주들의 참관을 막았다. 주주연대 측 변호사는 검사인에게 주주의 위임장 검표를 부탁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윽고, 봉인된 위임장을 들고 경호원 1명이 뒷문을 통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고, 사전 준비해 둔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일도 발생했다.
20%p가 넘는 지분율 차이가 발생했음에도 패배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코스닥 상장사 와이엠 주주총회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47%의 소수주주들이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합심해 전자적 의결 과정을 거쳤음에도 28.11%만 보유 중인 현 경영진이 19%p가량 지분율이 뒤졌음에도 승리를 거뒀다는 의미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분쟁 건의 경우, 제3자를 주주총회의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의장의 농간에 의해 주총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대통령 0순위, 이재명 대표 “과도하게 평화적인 시장 분위기 문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완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은 이미 불법"이라며 “비례적 이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1000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 230~340원에 거래된다면 당연히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가 오히려 기업가치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과도하게 평화적인 시장 분위기가 오히려 문제"라며 기업 가치의 저평가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는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 논리가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또 이 대표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뜻 아니냐. 주주들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이 되는 게 기본"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주식을 못 믿는 건 슬프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