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사업 기반을 구축한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올해를 수익화 원년으로 삼고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AI 사업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마친 만큼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1일 한국IDC의 'IDC 퓨처스케이프: 전세계 AI 및 자동화 2025년 전망'에 따르면, 2028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생성형 AI 지출액은 11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AI 적용 범위가 지속 확장되면서 수익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엔 국내 기업의 약 60%가 개별 코파일럿 기술 대신 특정 비즈니스 기능을 위해 개발된 기업용 에이전트를 활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AI 기업간거래(B2B)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IDC는 분석했다.
전대일 수석연구원은 “AI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술 벤더의 신규 AI 솔루션 출시 주기가 단축되고 있고, 시장 주요 동인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AI 모델 및 인프라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미래 전망이 논의됐지만 이제는 모델 유형의 다양화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은 수장 교체부터 조직개편 등으로 사업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핵심은 '수익화'다. 공통적으로 자사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기존 기능을 고도화하고, 차세대 서비스도 개발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내세웠다. 국내 이용자 저변을 확대한 후,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외연 확장에도 나선다.
앞서 이들은 자체 AI 모델과 글로벌 연합군을 구축하고,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통해 관련 부서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와 같은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며 AI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AI 통화비서를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KT의 '에이닷'은 지난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4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저변을 넓혔다. LG유플러스의 '익시오' 역시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에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소형언어모델 '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는 B2C보단 B2B에서 수익화가 먼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금융·공공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DC)·컨택센터(CC)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통신과 AI의 융합을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원격의료 △스마트홈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점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류탁기 SKT 인프라기술담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글로벌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통신망이 AI를 점점 더 수용해 두 기술이 하나로 융합된 인프라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업계는 자사 버티컬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실용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공통 전략은 AI 기술 적용 범위를 초개인화로 확대하는 것이다. AI 기반 일정 관리부터 최적 상품 추천 등 기능을 통해 플랫폼 성장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생태계 확장에, 카카오는 카나나 상용화를 통한 수익원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는 양사의 수익화 전략 성패가 올해 실적으로 증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중 △AI 브리핑 △거리뷰 3D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AD 부스트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실시간 배송 시스템 '네이버배송'을 출시해 물류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올해부터 시장 변화에 맞춰 콘텐츠 중심 발견형 서비스로 플랫폼을 전환하기 시작했고, 내년부터 변화의 성과가 매출 성장률 반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올해 챗봇 기능, 대화 요약 등 메신저 편의 기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점은 다양한 AI 모델을 서비스 특성에 맞게 골라 사용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카카오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뿐 아니라 오픈소스·빅테크 모델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IT서비스업계는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및 업무 혁신 효과가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AI 챗봇 및 업무 자동화 도구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 B2B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외부 고객사 확보 범위를 금융·공공 영역으로 확장해 내부 의존도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들의 공통 관건은 AI 기반 서비스 기능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AI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온 만큼 현재까지 선보인 서비스의 내용이나 구성은 대동소이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따라서 기존 출시된 서비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성능을 먼저 내놓는 곳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사용자 전달 방식 및 접근법 측면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AI 수익화 성공 여부가 실적 희비를 비롯해 CEO 연임 여부를 결정지을 강력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새 서비스를 통한 신규 이용자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 기업이라서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는 게 수익화 여부를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