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기후협정 6조가 합의됨에 따라 탄소 감축을 본격적으로 시장화, 산업화 할 수 있는 '국제 배출권시장'이 본격 출범을 앞두게 됐다. 연간 2500억달러(약 36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도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6조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6.2조는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규정이고, 6.4조는 시장 기반의 중앙집권체제의 탄소거래 메커니즘, 즉 국제탄소시장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는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2500억달러 규모의 거래와 50억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배출권시장은 각국이 감축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배출권 거래제와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이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산림 조성,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생성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탄소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배출권 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제 배출권시장에 발맞춰 제4차(2026~2030년)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은 국내 감축 목표 달성을 넘어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상할당 확대와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감축 유인을 강화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출권의 무상할당 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만,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감축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될수록 제품 단가가 상승해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무역과 친환경 정책 간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환경 규제와 시장 접근성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국제 시장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유상할당을 확대해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감축 여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 배출권 시장은 국제 시장과의 조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시장 안정화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시장 안정화 매커니즘(MSR)을 통해 배출권 초과 공급 문제를 해결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여왔다. 한국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감축시장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기업이 국내외에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배출권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국제 시장에서도 그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자발적 감축시장이 활성화되면 한국의 기술력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해외 프로젝트와 연계해 한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를 국제 기준에 따라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특히 국제 국제 배출권 시장은 연간 약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배출허용총량 설정, 유상할당 확대 등 국내 배출권 시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감축 성과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 배출권 시장은 각국의 감축 노력을 연계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