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 수장(CEO)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을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한국경제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 내실을 다져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들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올해 기업 비전과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이들의 공통 키워드는 AI다. 앞서 통신 3사는 지난 2023년 탈(脫)통신 기조를 본격화했으며, 2024년엔 AI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등 기반을 다졌다. SKT와 LG유플러스는 AI 개인비서(PAA) 에이닷·익시오를 일제히 출시했고, KT는 올해 중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한국형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 만큼 올해 핵심 의제는 AI 사업 확장과 수익화로 요약된다. 먼저 대중화를 이끄는 곳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단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세부 전략은 차이가 있다. SKT는 '통신+AI', KT는 'IT+AI' 융합을 강조했고, LG유플러스는 '고객경험 제고'를 내세웠다. 이는 각 대표들이 구상하고 있는 경영 청사진과 임기 특성에 따른 온도차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임을 확정한 유영상 SKT 대표와 임기 반환점을 돈 김영섭 KT 대표의 경우 사업 성과를 가시화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홍범식 LGU+ 대표는 내부 결속력을 빠르게 다지고, 사업 방향성을 구체화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기존 통신 사업의 패러다임을 AI를 통해 완전히 전환해 나갈 것"이라며 “AI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어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등 지정학적 이슈로 시장 전망은 어둡고, 국내 경제 역시 내수 침체 등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기술 환경 측면에선 AI 기술 패권 경쟁과 투자 경쟁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추진한 기업간거래(B2B) AI 사업을 위한 SKT-SKB-SK C&C 간 시너지 체계 확립, 에이닷과 글로벌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통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AI 서비스 가능성 입증에서 더 나아가 올해는 실질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사옥에서 진행된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 최대 목표로 “MS와의 협업을 토대로 B2B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중점 목표로는 미디어 사업 분야 성장을 꼽았다. 김 대표는 “회사 잠재력 기반으로 혁신해 통신·정보기술(IT)에 이은 핵심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경영 관리 시스템 등을 혁신해 AI와 IT 기술을 접목해 현대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변화의 속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홍범식 LGU+ 대표는 “사람이 중심이 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치를 찾아 잘 전달하면, 만족한 고객이 스스로 추천자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가치를 올리고 다시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단단해지면 결국 고객과 파트너,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보다 밝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고객경험의 전 여정에서 초개인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길은 AI 기술 보유 기업, 고객경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생태계를 구성해 경쟁사들이 넘보지 못하는 독점적인 진입장벽을 세우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