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고온으로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025년 글로벌 기후·에너지 트렌드가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3일 유럽연합(EU)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62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작년 지구 기온이 사상 처음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1.5도 상승'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인류가 설정한 일종의 마지노선인데 이것이 뚫린 셈이다.
이런 와중에 반(反) 기후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세운 환경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신종 녹색 사기'라고 표현하며 재집권시 이 법안을 폐지하고 파리협정도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취임 첫날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겨냥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들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는 여러 면에서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지구의 앞날을 결정할 올해 주요 기후·에너지 트렌드를 소개했다.
우선 태양광발전의 경우 성장률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35% 성장했지만 올해 성장률은 11%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태양광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새로 추가되는 발전원이 될 것이라고 BNEF는 내다봤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경우 미국 공화당 중심으로 압박을 받고 있고 유럽에서도 외면받고 있지만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부터 3조 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자된만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조금씩 결실을 맺으리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원칙이 기업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선 전기차 대중화로 석유 수요가 올해 정점을 찍고 앞으로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BNEF는 올해 전 세계에서 새로 판매되는 전기차 중 65%가 중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게될 전망이다. 유럽에선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국에선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청정한 발전원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폐쇄된 원전이 재가동되고 차세대 원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것이란 소식을 기대해라"고 했다.
기후 측면에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 예측이 어려워지자 홍수 시뮬레이션을 비롯한 기후 리스크와 지구공학 등 기후과학이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 움직임도 거세질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주는 지난 1일부터 PFAS가 사용된 의류 판매를 전면 금지시켰다. PFAS는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지만 암 유발 등 유해성이 확인됐으며 자연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에 반하는 추세도 소개됐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과 인도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석탄 소비가 정점을 찍게될 시기를 2027년으로 미뤘다. 미국에서도 가정, 공장, 전기차 충전시설, 난방, 데이터센터 등에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일부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금융사들의 연합체를 탈퇴하는 은행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지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탈퇴한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그룹도 NZBA 탈퇴를 선언했고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는 이전부터 NZBA를 나간 상태다.
NZBA는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설립된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 중 하나로, 2050년까지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모건스탠리의 탈퇴로 현재 NZBA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142개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