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해 경영 키워드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제시하고 글로벌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그레이트&글로벌'을 기업비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승인받은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로 키우고 창립 100주년이 되는 내년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역시 같은 날 시무식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분해제항체접합체(DAC) 등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혁신신약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해 종근당만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을 극대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고 강조했다.
종근당은 지난 2023년 11월 1조7000억원에 기술수출한 희귀질환 치료신약 후보물질 'CKD-510'의 구체적인 적응증과 임상 계획 수립을 올해부터 도입사인 노바티스와 함께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출시로 글로벌 진출 원년을 시작했다며 새해에는 GC녹십자가 강점을 가지는 백신과 혈액제제를 양 날개로 삼아 제2, 제3의 해외 성공사례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GC녹십자는 올해부터 알리글로 미국 매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 현지 혈액원 'ABO 홀딩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독감백신 등 백신과 혈액제제의 수출비중이 적지 않지만(전체매출 중 수출비중 30~40%) 아직 글로벌 사업경험이 부족한 GC녹십자는 알리글로 미국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포부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2025년 5대 경영방침으로 △고객 가치 향상 △글로벌 인재 육성 △혁신 신약 개발 통한 글로벌 리더 도약 △1품 1조(1品1兆) 글로벌 신약 육성 △디지털 신사업 집중 육성을 제시했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3대 신약을 중심으로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새해에도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 등 대사섬유증, 암, 위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한국, 미국, 아시아, 유럽을 잇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재정비해 올해를 '연구기능의 글로벌화' 첫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오는 2029년까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동시에,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 '테라파워', 홍콩 바이오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 등과 협업해 고형암 치료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을 제2의 세노바메이트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해 글로벌로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국내 최다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를 중심으로 신약 전문 제약사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등 다른 주력 사업을 제쳐두고 ADC 항암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만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역시 신약개발회사로의 이미지 변신에 공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알리글로, 세노바메이트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약의 해외수출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자국내 생산 우선주의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향후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