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59년 만에 1조달러 돌파…상승세 지속
고령화 심화로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 51세…20년 전 대비 13세 ↑
“경쟁력 잃기 전 직업 특성 고려한 경제적 보상 제시로 2030 비중 높여야"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공사 누적 수주액이 59년 만에 1조달러(약 1468조원)를 돌파하면서 세계적인 성가를 드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K-건설 인력의 고령화'라는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다. 젊은 인력이 부족해진 건설사들이 대거 외국인들을 투입하면서 기술력·숙련도 저하, 소통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부실 공사, 공기 지연, 비용 증가로 이어져 짧은 기간 내 저렴한 공사비·완벽한 시공을 통해 쌓아 온 'K-건설'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갉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3D-업종'으로 인식되는 건설업의 이미지를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등으로 개선해 젊은 인력의 유입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말 1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까지 9965억달러에 머물렀지만, 연말 수주가 몰리면서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26억9000만달러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12월 수주액이 빠진 것을 고려하면 2021년(306억달러), 2022년(310억달러), 2023년(333억달러)에 이어 4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K-건설'의 상승세가 건설 인력 고령화로 인해 조만간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업계에 재직 중인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51.2세로 집계됐다. 20년 전인 2004년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이 38세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새 13세 넘게 고령화됐다.
평균 연령이 올라가면서 젊은 세대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건설기술인 중 11%에 불과했던 5060세대는 무려 57%로 늘어났으며, 64.0%였던 2030세대는 15.7%까지 떨어졌다.
건설업이 열악한 근로 환경과 잦은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등으로 젊은이들에겐 대표적 '3D-업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의 사막, 밀림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잦고 국내에서도 공사에 따라 깊은 산골·바닷가 등 격오지 근무가 잦다.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당하기 딱 알맞은 조건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기술인의 경우 지방이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등 근무지가 일정하지 않고, 이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도 있어 젊은이들이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직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은데 '워라벨(워크라이프벨런스)' 또한 안 좋다 보니 평균 연령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건설 인력 고령화가 외국인력 비율 증가로 이어지면서 부실 공사, 산재, 공기 연장, 비용 증가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K-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해진다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직업의 특성을 고려해 경제적 보상을 제시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2030세대 비중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