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해당 사업장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합원이 책정한 금액 이하 공사비를 제시하고 연일 파격적인 추가 혜택을 약속하는 등 경쟁이 '제 살 깎아 먹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연말·연초 환율이 급등하는 등 공사비 인상에 대한 부담도 여전한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51개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상호 비방전까지 서슴지 않으며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서울 핵심 지역 재개발 사업인데다 규모가 더 큰 '압구정 3구역' 수주 전초전이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공능력평가 1·2위 업체간 '자존심 대결' 성격도 짙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합동 설명회 이전부터 양측은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 금액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은 공사비 관련 인상분 314억원 부담, 추가 증가분 650억원 선반영 등을 약속했다. 사업 수주 후 시행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조합 측과 협의해 조절할 내용이지만 상당 부분을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3조원 규모 사업비도 자체 조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보증 수수료를 아끼는 등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현대건설보다 2900억원 가량 많다는 게 삼성물산 측 주장이다.
현대건설은 아예 비용 자체를 못박았다. 조합원이 당초 책정한 공사비보다 868억원 적은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1인당 약 720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계산이다.
현대건설은 또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0.1%를 더한 수준으로 책임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CD금리 + 가산금리 0.78%'를 내세운 삼성물산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양측이 연일 파격적인 혜택을 발표한 탓에 공사비 외 비용 부담도 커진 형국이다. 삼성물산은 가구당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 규모가 약 5.03평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강남권 신축 아파트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한남4구역 전체에 총 1만평 규모 공원 5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현대건설은 아파트 설계에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 부대 시설 조성에 프랑스 유명 현대 미술가 자비에 베이앙과 협업하겠다고 했다. 라인당 엘리베이터 1대로 이동 효율 극대화, 100% 확장형 및 세대당 2.11대의 주차 공간 마련 등도 약속했다.
양사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정작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건설업계는 경기침체, 공사비 급등, 부동산파이낸싱프로젝트(PF) 부실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수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대형 건설사 대부분 외형이 성장하더라도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연결 기준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512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공사비 인상 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며 원자재 수입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만 봐도 환율 영향으로 유연탄 수입비가 뛰는데 환경규제까지 더해져 한숨을 쉬고 있다. 건설사 역시 올해부터 층간소음·제로에너지건축 등 비용을 높이는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정비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는 사례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 비용 재산정에 많은 시간을 썼다. 현대건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공사비 갈등 여파로 부산 부산진구 촉진4구역 재개발 시공 계약을 포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남4구역이) 향후 강남권 수주에 영향 미쳐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공사비 급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서 최근 시장에 수주할 게 없는데 올라간 비용을 감당할 만한 곳이 서울 중심권 정도다보니 (한남4구역을 두고) 경쟁이 다소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