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윤 대통령 탄핵심판...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7 11:13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필자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외교관으로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중국측과 협상과 담판을 많이 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격적으로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외교관 양성학교인 외교학원에서는 사회주의식 외교전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그런지 몰라도 평소에는 점잖은 외교관도 첨예한 이슈를 두고 다툴 때는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고 예의같은 것 없다. 그러나 상대가 아무리 무례하게 나와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밀리지 않고 국익을 확보해 나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헌법재판소의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2차 변론준비 기일에서 탄핵을 소추한 국회측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다.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로 내란죄를 명시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내용을 보고 표결에 참석했다. 만약 탄핵소추안에 내란죄가 명시되지 않았으면 표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내란죄 혐의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 핵심 사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모두 다 그렇게 알고 있다. 탄핵소추안에는 '내란'이라는 말이 38번이나 나온다. 만약 내란죄를 빼 버리면 탄핵심판은 탄핵소추의 목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국민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빼버리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잘못된 것이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내란죄를 임의로 배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탄핵 심판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헌재가 서로 짜고 내란죄를 빼려고 하였고, 더 심각한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내란죄를 빼자고 먼저 제안하였다는 의혹 때문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국회측 대리인단이 헌법재판부의 권유로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에 “우리 소추인단도 재판 성격과 재판부의 요청에 맞게 정리한 것"이라고 적어 민주당과 헌법재판소가 '짜고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물론 헌재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매우 찜찜하다.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은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재의 한 구성원,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정 재판관의 다짐이 무색하게 헌재가 민주당과 '짬짬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헌재가 오히려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파괴하면서 이재명 대표 재판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윤 대통령 탄핵재판을 끝내려 하는 민주당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헌재는 민주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겠다는 것인가?




헌재는 높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재판에서 있어서 헌재는 재판부에 해당하고 민주당이 주축이 된 국회 탄핵소추단은 검사의 지위에 있다. 만약에 재판관과 검사가 서로 짜고 재판을 진행해 가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헌정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헌재에 의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파괴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불신을 받는 괴물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태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수긍하지 못하고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헌재에 요구한다. 그리고 재판관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탄핵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국회 탄핵소추단과 내통하여 내란죄를 빼자고 협의하거나 제의한 의심가는 재판관이 있다면 즉각 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핵심 내용인 내란죄가 명확히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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