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올해 크게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올 연말 탄산리튬 가격 전망치를 톤당 1만400달러로 제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리튬 비관론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올 연말 리튬 시세가 톤당 1만566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투자은행 맥쿼리와 UBS는 각각 1만775달러, 1만10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리튬 가격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2022년 4분기부터 수직낙하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수익성이 저조한 광산 위주로 운영을 중단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고 그 결과 리튬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작년 8월 중순 kg당 69.5위안에 바닥을 찍은 후 11월엔 76.5위안까지 10% 가량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어 장기적으로 리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과 이어지는 지정학적 긴장감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리튬 가격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업체들이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광산을 빠른 속도로 운영을 재개해 과잉공급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BMI의 페데리코 게이 리튬 애널리스트는 “급격한 생산 재가동으로 리튬 과잉 공급분이 기존 예측치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는 올해 리튬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RU 그룹의 토마스 매튜스 애널리스트도 “생산이 제한된 광산들은 빠르면 한 달 이내 재가동될 수 있다"며 “수요 공급의 균형은 광산들이 실제 다시 열릴지 또는 공급이 더 축소될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투자노트를 통해 “빠른 속도로 재가동될 수 있는 유휴 생산라인이 있어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며 2026년 또는 2027년부터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공식 취임을 앞둔 점도 리튬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NEF(BNEF)는 '레드 스위프'(대선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 장악)가 현실화되자 2030년까지 미국에서 새로 판매될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48%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S&P 글로벌의 앨리스 유 선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전기차 시대를 받아들일 것인지, 속도조절에 나설지 논의를 이어가는 등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매튜스 역시 “불확실성이 몇 가지 있다"며 “보조금 폐지와 자동차 배출규제 완화는 전기차 시장에 나쁜 소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