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탓에 2024년 4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6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30.50% 늘었으나 시장 기대보다 대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스마트폰·PC 등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짐에 따라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범용 메모리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IT 제품 중심 업황이 악화된 탓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메모리 가격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또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라 메모리 출하량과 평균 판매 단가(ASP)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범용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고객사 재고 조정과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했다. 고용량 메모리 판매 확대에도 선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실적 개선이 어려웠다.
AI 열풍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요는 견조했으나, 삼성전자의 HBM3E 양산 일정이 지연되며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3E는 10개월 이상 테스트 절차 중으로,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글로벌 기자 회견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현재 테스트 중이고,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이 설계를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효자 노릇을 해온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의 실적도 녹록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에 따른 수요 부진과 업체 간 경쟁 심화가 겹쳐 다소 둔화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것이었던 만큼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부문별 영업이익이 △DS 3조원 △MX·네트워크 사업부 2조원 △디스플레이 1조원 △TV·가전 30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한다.
연결 기준 작년 총 매출은 300조800억원, 영업이익은 32조73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89%, 398.1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날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2조7775억원, 영업이익 1461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3.3% 급감하며 예상치(3970억원)의 37% 수준에 불과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과 연말 재고 건전화를 위한 일회성 비용 발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사업 부문인 TV와 생활 가전의 수요 회복이 더디고, HE사업부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H&A사업부는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기반한 질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품질·원가 등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고정비 효율화를 통한 건전한 수익 구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LG전자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사업 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평가했다.